그리운 이튼타운 - 아름다운 추억을 위하여

네 번의 가을이 돌아왔습니다. 그 해 가을 단풍이 물든 홈델 공원을 거닐고 주변의 자연 풍광에 흠뻑 빠지면서 마치 지리산 설악산 단풍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집집마다 잔디며 넓은 주거환경과 자연환경이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여유로움이 있어서 절로 감탄사가 나왔지요. 아침에 눈 뜨면 토끼와 다람쥐가 성당 마당을 오가는 것이 보여 참 신기했고, 침대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 중에 성당 십자가가 눈앞에 보여서 너무 좋았습니다.

어느 아침 미사 후 롱브랜치 피어 빌리지 ‘터닝 포인트’ 식당에서 아침을 먹으며 대서양 바다를 바라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아침미사 후에는 몇 분의 할머니와 함께 던킨커피와 베이글이 이젠 일상의 아침식사였습니다. 그 맛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할로윈 데이가 오면 호박과 무시무시한 인형들이 집집마다 걸려 있는 것이 처음에는 오싹했지만 이제는 그저 데코레이션으로만 생각하니 귀엽기만 합니다.

뗑스기빙데이가 오면 학생들이 휴가를 받아 집으로 오는 것을 보면 추석 명절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왜냐하면 온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며 축제를 지내기 때문이죠. 그리고 첫 번째 맞이하는 겨울, 얼마나 많은 눈이 왔는지 무릎팍까지 빠지는 것은 좋았는데 제설작업이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동북부에 위치한 이곳은 눈이 오면 무릎까지 오는 폭설임을 여러 번 겪었습니다. 재작년에는 엄청 많은 눈이 내렸지요. 그리고 폭설 때문에 에피소드도 가질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추억이 되었네요. 몇 번의 바자회와 기금 마련을 위한 본당골프대회를 통해 모은 기금으로 본당운영에 도움이 된 것도 좋은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되었네요.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 함께 수고했던 봉사자와 교우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성당은 우리의 성당, 우리들의 아버지 집이라는 주인의식을 늘 간직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손님이 아닌 주인이라면 본당재정과 운영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러려면 기본부터 충실한 신앙생활을 해야겠지요. 주일헌금과 교무금은 신자로서 기본의무이며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바쳐라” 는 말씀처럼 하느님께 봉헌할 것을 최우선으로 정하여 봉헌해야 하겠죠. 본당재정이 많이 남아도 안 되지만 너무 부족해도 안 되지요. 적당하게 되려면 신자 개개인이 깨어 기도하는 충실한 신앙생활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를 찾아라.” 는 예수님의 말씀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삶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 물어 보는 것이며, 어느 율법교사가 예수님께 “제가 무엇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얻겠습니까?” 질문에 “‘마음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고 목숨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고 온갖 힘과 생각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을 실천하면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것이 우리 신앙의 핵심이지요.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 사랑의 이중계명을 추상적으로 이론적으로 살아가는 것과 몸소 삶에서 실천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겠지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늘 의식하며 살아가야겠지요.

“가라. 그곳에 내가 너를 보낸다.”고 하신 주님께서 이제 또 저에게 “가라. 그곳에 가서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음을 선포하라”고 하십니다. 예수님 때문에 만난 인연이요 만남이었습니다. 4년의 시간 동안 제가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고 복음을 선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용서 청합니다. 저의 게으름과 부덕으로 인해 상처를 입었다면 이 자리를 빌어 용서 청합니다. 주님께서 저의 못난 부분에 대해 치유해 주시리라 믿고 용서와 축복의 기도를 바칩니다.

이제 새 술은 새 부대에 부어야 합니다. 떠날 때와 머물 때를 묵상하며 남은 시간을 보낼 것입니다. 저와 함께 했던 모든 분들을 기억하며 떠날 것입니다. 떠남이 시원한 이별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요 또 하나의 ‘터닝 포인트’임을 생각하며 허리끈을 동여맵니다.

복음 선포자에게서는 퍼지고 쉬는 삶이 아니기에 어느 동네에 가든지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는 것이 제게 맡겨진 책무이기에 오늘도 내일도 저는 제 길을 가는 것입니다. 어디서나 ‘피리 부는 사나이’가 되어 복음의 피리를 불며 마냥 즐거워하며 살아가렵니다. 여러분 모두를 사랑하고 기억합니다.

그동안 행복했고 감사했습니다. 무엇보다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시고 기도를 바쳐 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하느님의 축복이 가득 넘치시길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