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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28일 목요일
[(자) 사순 제3주간 목요일]
그때에 14 예수님께서 벙어리 마귀를 쫓아내셨는데, 마귀가 나가자 말을 못하는 이가 말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군중이 놀라워하였다. 15 그러나 그들 가운데 몇 사람은, “저자는 마귀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 하고 말하였다. 16 다른 사람들은 예수님을 시험하느라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표징을 그분께 요구하기도 하였다.
17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생각을 아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느 나라든지 서로 갈라서면 망하고 집들도 무너진다. 18 사탄도 서로 갈라서면 그의 나라가 어떻게 버티어 내겠느냐? 그런데도 너희는 내가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고 말한다. 19 내가 만일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면, 너희의 아들들은 누구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는 말이냐? 그러니 바로 그들이 너희의 재판관이 될 것이다. 20 그러나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
21 힘센 자가 완전히 무장하고 자기 저택을 지키면 그의 재산은 안전하다. 22 그러나 더 힘센 자가 덤벼들어 그를 이기면, 그자는 그가 의지하던 무장을 빼앗고 저희끼리 전리품을 나눈다.
23 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고,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자는 흩어 버리는 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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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유대인들과 논쟁을 하십니다. 벙어리 귀
신을 쫒아 내었는데 사람들이 "베에제불의 힘을 빌려 그리하였다."고
이야기를 하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입을 논리적으로 막으십니다.
그리고 당신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를 쫒아 낸다고 이야기 하셨
습니다.
오늘 제가 묵상하고 싶은 것은 오늘 복음의 주제와는 전혀 맞지 않지만 오늘 성경 구절 20절에 나오는 한 단어 "손가락"이라는 단어에 촛점을 맞추었습니다.
"손가락"...
손가락이라는 말에 여러분들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셨습니까?
첫째는 어린 시절의 소풍이었습니다.
옛날 어릴 적 초등학교 시절 소풍을 갈 때 선생님께서 옆짝지와 손을
꼭 붙잡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많은 아이들을 통솔하기에 참 좋은 방법입니다.
그런데 철없는 아이들은 손을 잡는 것이 부끄러워(뭐가 그렇게 부끄럽고 왜 그렇게 철이 없었는지) 손가락만 간신히 걸치거나 그것도 아니면 나뭇가지, 아이스크림 막대기를 서로 붙잡고 마치 서로가 징그러운 것이라도, 잡으면 안되는 것을 잡기라도 한 것 처럼 괜시리 싫은 내색하며 줄을 맞추어 선생님의 뒤를 쫓아 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부끄러워 하던 짝지의 어렴풋한 행동과(얼굴은 기억도 안나고) 얼라리 꼴레리 하고 놀리던 친구들의 그 야릇한 분위기만 기억납니다그때의 손가락이 기억납니다.
둘째는 미켈란 젤로가 그린 천지창조입니다.
천지창조의 그림 중 하느님은 온 몸을 던져 팔을 뻗고 계시는데 인간인 아담은 그저 누워서 손을 다 뻗지도 않고 있습니다. "한 번 잡아줘 말아?" 하는 태도로 말입니다.
조금만 노력하면 하느님과 손을 맞잡을 수 있는데 현세의 안락함을 이기지 못하고 누워서 그저 닿을 듯 말듯 하는 모습으로 하느님의 애간장만 태우는 모습의 손가락입니다.(친교실에 있는 그림 기억 나시지요?)
세째는 영화 "E. T"입니다.
영화에서 우주인과 소년은 별을 넘어선 우정을 나누지만 그 순수한 우정은 어른들로 인해 위협을 당하게 되고 마지막 이별을 앞두고 헤어져야 하는 소년과 우주인은 서로의 손가락을 맞댑니다. 그리고 그 맞댄 손가락에서 사랑과 우정과 마음을 온전히 나누게 됩니다.
마지막 네 번째는 어머니의 손가락입니다.
어린 시절, 시장이나 혹은 어딘가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어머니의 손가락을 꼭 부여 잡았습니다.
비록 눈은 다른 곳을 헤매이고 마음은 구경거리, 먹을 거리에 빠져 있지만 절대로 그 손만은 놓지 않았습니다.
그 손을 놓으면 엄마를 잃어 버릴 것 같은 어린 마음도 마음이지만 그 마음 보다는 나를 놓지 않으려는 어머니의 마음이 있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손이 미끄러져 빠지면 어느새 어머니는 뒤 돌아 서시며 "손 놓치면 안돼" 하셨지요.
여러분은 어떤 손가락이 생각 나시는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베에제불을 쫓아 내었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손가락은 정말 하느님의 눈에 보이는 손가락이 아니라 하느님의 권능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 복음을 묵상하다가 손가락이라는 단어에 마음이 꽃혔습니다.
그래서 가만 가만 내 손가락을 들여다 보다가, 손가락의 기억을 더듬어 보다가 나는 어떤 마음으로 하느님의 손가락을 바라보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의 손가락은, 선생님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잡고 있는 짝지의 손가락같은 손가락인지, 천지 창조의 아담처럼 그저 형식적으로 하느님이 뻗으시니 그저 내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주인과의 만남에서 모든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그 아이처럼 하느님과 손가락 마주하고 있는지 아니면 어머니처럼 내 손을 꽉 잡고 계신 하느님의 손가락에 모든 것을 의지하며 비록 세상살이에 이 것 저 것 마음 빼앗기고 정신 없기도 하지만, 믿고 의지하고 그 따뜻함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여러분과 하느님의 손가락은 지금 어떤 모습입니까? |
re: 2월 28일 목요일 미사 강론 중 일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