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십자가 현양 축일(9월 14일) - 십자가를 그으리라

1. 동로마 제국을 침입한 페르시아왕은 예루살렘을 점령하고 그리스도께서 실제로 못 박혔던 십자가를 일부를 빼앗아 갔다. 그로부터 15년 후인 629년에 동로마황제가 그 십자가를 찾아왔으며,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십자가 현양 축일을 정한 것이다. 전승에 의하면 황제가 이 거룩한 십자가를 자기 어깨에 매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하려고 했지만, 성지 입구에서 움직이지 않았으며 그때 옆에 있던 총주교가 그리스도께서 입으셨던 그런 의복으로 갈아입고 맨발로 십자가를 지고 가기를 권하자 그렇게 했더니 십자가를 질 수 있었고 원래의 성지에 모시게 되었다고 한다.

2. 오늘 1독서 민수기(21,4-9)의 말씀은 불뱀과 구리뱀 이야기가 나온다. 파라오왕의 종살이에서 해방된 이스라엘 백성들은 파스카라는 하느님의 권능과 홍해를 가르는 엄청난 구원을 체험하였어도 이내 기억에서 사라지고 하느님과 모세에게 불평을 해댄다. “당신들은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올라오게 하여 광야에서 죽게 내 버려 두는가?” 그러자 주님께서 불뱀을 보내어 백성들이 물려 죽게 되자 백성들이 모세에게 중재기도를 부탁한다. “우리가 주님과 당신께 불평하여 죄를 지었습니다. 이 뱀을 우리에게서 치워 주시도록 주님께 기도해 주십시오.” 그래서 모세가 백성을 위하여 중재기도를 드리자 주님께서는 모세에게 구리뱀을 만들어 그를 바라보는 사람은 낫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불평이 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식이 부모를 불평하고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불평하고, 학생이 선생을 불평하고, 신자가 신부에게 불평하고, 신부가 주교에게 불평을 하면 그 순간 스트레스가 풀릴 것 같지만 착각이다. 불평을 하면 또 다른 불평을 낳는다. 부족한 부분을 받아주고, 기도하고 희생을 바치는 것이 문제의 해법이다. 그러면 불평이 평화로, 용서로, 사랑으로 전환된다. 불평과 원망이라는 십자가를 내팽개치지 말고 끌어안고 받아들이자.

불평하면 불뱀을 보내주신다는 무서운 진리를 기억하자! 더 큰 십자가를 주심을 잊지 말자.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 아닌가! 감사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기에 하느님께 받은 은혜에 대해 감사하고 받은 축복을 나누며 살아야 한다. 십자가가 사랑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시련과 고통이라는 십자가는 주님의 뜻이 담긴 또 다른 선물임을 잊지 말자. 시련과 고통을 이겨낸 사람이 다른 이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듯이 매스컴을 통해서 보도되는 사람들은 모두가 이 시련과 고통이라는 십자가를 이겨서 영광을 받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시련이 찾아오는 것을 싫어하고 두려워하기까지 하지 않는가? 그러나 시련과 고통을 거치지 않으면 무엇 하나 훌륭한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아무나 십자가를 질 수 없으며, 아무나 십자가에 못 박히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만이 그렇게 하루 있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 자신을 완전히 희생할 수 있는 것은 부모 자신이 사랑 자체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예수님의 십자가도 그런 사랑의 사건이기에 당신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우리 구원을 위해 십자가상 죽음을 당하셨다.

가톨릭 신자는 매일 하느님의 이름으로 자기 몸에 십자가를 그으며 사는 사람이다. 십자가를 몸에 그으며 예수님처럼 십자가 인생을 살기로 작정한 사람이다. 하여 십자가를 그으리라는 성가는 은혜로운 성가이다.

“오 나의 주여 나를 불러주소서 이 세상에 당신의 사랑 펴라고~ 오 나의 주여 나를 불러주소서 당신 믿음과 희망 모두다 베풀어라고 십자가를 그으리라 나의 주여 보소서 하느님과 인간을 이어 주는 고운 십자가를~~

십자가를 그으리라 너와 나를 정답게 이어주는 승리의 십자가”

불목하던 우리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것은 십자가의 힘이다. 나를 위하여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이 나의 힘이시고, 피난처이심을 믿는다면 사랑하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서로 만나기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아, 십자가는 사랑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우리 힘만으로는 안 되는 일들이 십자가에서 일치를 가져오는 것임을 체험하게 된다. 우리를 일치시켜 주시는 승리의 십자가는 주님이시다. 주님이야말로 우리의 평화이시고, 우리의 전부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