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시골에서 학교를 다니고 가난한 부모 밑에서 혼자 방바닥에 누워 공부를 해야 하는 소녀가 있었습니다.
 하나도 예쁠 것도 없고 똑똑하지도 못하고 뛰어나게 공부를 잘하지도 못했습니다. 가난이 무엇인지 늘 배움과 공부에 목말랐지만 아무도 그것을 채워 주지는 못했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느 또래와는 다른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선생님께 칭찬을 들었습니다. 작문을 참 잘한다는 칭찬을 말입니다. 그때부터 그 소녀는 작가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습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인생이라는 친구는 ,가난이라는 친구는 그 소녀를 사회로, 세상으로 등 떠밀었습니다. 그리고 그 소녀는 점점 성인이 되어 갔습니다.

마침내 그 소녀는 자기 안에 있던 꿈이 무엇인지도 모른 체 그저 100미터 달리기를 하듯 뛰면서 살아야 했습니다. 어디간 결승점인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소녀는 자기와 비슷하게 살아 온 한 언니를 만났습니다.

그 언니도 어린 시절 글을 잘 쓴다는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평생 작가의 꿈을 꾸었습니다.

그러나 그 소녀도 세상에 등 떠밀려야 했습니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나고 그 두 소녀였던 사람들은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희망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이제 서른이 넘은 그 두 소녀는 서로 가슴을 치는 만남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로 같은 꿈을 가지고 있었던 그 어린 시절의 꿈이 서로에게 전염되고 전해졌습니다. 마치 오랜 세월 알고 지낸 친구처럼 둘은 잃었던 꿈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루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그 꿈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꿈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여전히 그 꿈을 이루도록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난은 여전히 옥죄어 그 둘을 가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꿈을 꾸고 있습니다.

이제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라는 이름 앞에 서글프지만, 이제는 연로해 지신 이제는 지쳐 버린 부모를 책임지는 가장이 되어 버린 노처녀의 삶으로 남았지만, 아직도 꿈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 둘은 여전히 꿈을 꿉니다.

그리고 서로가 여전히 그 꿈을 주고 받고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언젠가 저는 그들의 글을 보고 혼자 울고 혼자 웃기도 했습니다. 너무도 감동적이고 몇 번을 읽어도 가슴이 시렸습니다.

그래서 그만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꿈을 나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꿈과 사랑이 나에게도 전해졌습니다.

그래서 먼 뒷날 혹시라도 그들이 그 꿈을 세상에 내놓게 된다면 제가 그 꿈을 왕창 사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겠다고 약속도 하고 다짐도 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의 꿈이 이루어지면 소박한 제 꿈도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꿈은 나에게도 꿈이 되고 희망이 되고 기다림이 되는 가 봅니다.

나는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그래서 당신과 어떤 꿈을 나누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 소중한 꿈이 당신에게도 희망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메일을 보내 온 옛날 본당 청년의 편지를 읽다가 그 친구가 기억나 주절 주절 써 본 글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아름다운 꿈을 펼쳐주는 존재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하고 희망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