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눈(08년 06월)

-양약고어구-

가톨릭 방송 애청자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김영환 신부입니다.

신문이나 각종 방송을 통해서 듣고 보셨겠지만 지금 한국에서는 쇠고기 협상 문제로 수많은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를 향해 반대의 촛불을 들고 길거리에 나섰습니다.

나이 많은 어른들부터 아무것도 모르고 자기 목소리도 없이 그저 공부하는 기계로 전락해 버린 것은 아닐까? 안타까워 보이던 중고등학생들까지 길거리에 나서고 심지어 부모되는 이들이 갓난아기까지 이끌고 손에 손에 촛불 하나씩을 들고 밤새워 시위를 한다는 기사가, 벌써 한 달 가까운 시간을 그렇게 밤이면 밤마다 전국적으로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그리고 그런 민중을 막기 위해 수많은 경찰 병력과 공권력이 투입되고 그리하여 수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무슨 7-80년 군부 독재 때  민주화 운동이 재현되는 것도 아니고 2008년 대한민국에 가능한 일인가? 싶은 믿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몸은 비록 이역 만리 머나먼 미국땅에 머물고 있지만 마음속은 여전히 안타까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중국 최초의 통일 왕국인 진나라의 시황제가 객사하고 난 후 천하는 동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포악하고 가혹한 정치에 시달려 온 민중이 각지에서 진나라 타도를 외치며 군사를 일으켰습니다. 그 중에는 우리가 잘 아는 항우와 유방도 있었습니다.

유방은 폭정에 시달린 민중과 봉기하여 군사를 일으켜 3년 동안 쉬지 못하고 싸움을 한 끝에 마침내 진나라의 왕궁에 입성을 하였습니다. 그 3년이라는 시간동안 얼마나 고통 당하고 괴롭고 어려운 일들이 많았겠습니까? 그 고생을 3년이나 한 끝에 마침내 그들은 왕궁에 입성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 왕궁에는 여지껏 한 번도 보지 못한 호화찬란한 보물들과 진귀한 것들이 넘치고 있었습니다. 또한 수 없이 많은 후궁의 미인들도 있었습니다. 그러자 유방은 마음이 바뀌어 궁중에 머물고 싶었습니다. 편한 것, 좋은 것, 귀한 것들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는 민중을 위해 폭정에 시달리는 민중을 위해 봉기하였던 첫 마음을 작은 것을 얻은 것으로 인해 잃어버리고 만 것이지요.

그 때 강직하기로 소문난 번쾌라는 장군이 그런 유방의 마음을 읽고는 “아직 천하는 통일되지 못하였습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중요하오니 지체 없이 이 곳 왕궁에서 물러나 적당한 곳에 진을 치도록 하시옵소서” 하고 간청했습니다. 육체의 편안함과 안일함이 정신과 뜻을 해치고 만다는 것을 간고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며칠 사이에 유방은 그 권력의 달콤함에 물들었던지 번쾌의 청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참모인 장량이 “당초 진나라가 무도한 폭정을 해서 천하의 원한을 샀기 때문에 서민 출신의 전하가 이 왕궁에 들어오실 수 있었던 것이옵니다. 지금 전하의 임무는 천하를 위해 잔당을 소탕하고 민심을 안정시키는 것이옵니다. 그런데 진나라에 들어온 지금 보물과 미색에 현혹되어 포악한 진나라 왕의 음락을 배우려 하신다면 악왕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오며 폭군 하나라 걸왕의 수족이 되어 더욱더 폭정을 행하려는 것과 같사옵니다. 원래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행실에 이롭고 독약은 입에 쓰나 병에 이롭다 하였으니 부디 번쾌의 충언을 들으시옵소서.” 하고 간청했습니다.

이에 유방은 불현듯 깨닫고 왕궁을 벗어나 불편함을 택하고 어려움을 선택하여 진을 쳤고 첫 마음을 되살려 마침내 항우와의 한 판승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고사성어에서 나온 말이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양약고구”라는 말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관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작은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미국이나 중국 일본 북한 등등의 주변국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외교적인 어려움도 많을 것이고 일반 국민들이 알지 못하는 욕을 먹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괴로움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왜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하였는지, 왜 국민들이 위장 전입이니, 위장 취업이니 bbk 이니 하는 모든 약점들에 대하여 모른 척 눈을 감아 주고 절대적 지지를 해 주었는지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국가의 근본은 국민이여 그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면 그 어떤 성과도 소용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소통과 대화를 통해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대통령은 취임 100일도 되기 전에 국민 앞에 머리 숙였습니다. 왜 소통이 안 되었을까요? 다름이 아니라 국민들은 말이라고 하는데 그 말을 보고 사슴이라고 우기는  “지록위마”의 세력들, 기득권자들로 구성된 소위 말하는 강부자 고소영이라는 사람들만 주변에 모아 두었기 때문은 아닐까요?

부디 이제 갓 100일을 넘어선 이명박 정부가 “양약고어”의  뜻을 잘 새겨 귀에 좋은 소리, 달콤한 말들만 쏟아내는 이들을 멀리하고 쓴 소리 아픈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아는 대통령이 되어 자국민을 가장 사랑하고 자국민을 위해 눈물 흘릴 줄 알고 자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민심을 헤아릴 줄 아는 대통령이 되어 폭정이 무서워 호랑이가 사는 곳에 터전을 삼고 살아가야만 하는 힘없는 민중의 대통령으로 거듭 나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