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그립습니다.

<진정한 만남은 상호간의 눈뜸이다.

영혼의 진동이 없으면 그건 만남이 아니라

한때의 마주침이다. 그런 만남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끝없이 가꾸고 다스려야 한다.

좋은 친구를 만나려면 먼저 나 자신이

좋은 친구감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친구란 내 부름에 대한 응답이기 때문이다.>

 -법정 오두막 편지 중-

 먼 타향 살이...

가족도 친구도 그리운 추억도 멀리 묻어 놓고 떠나 온 머나먼 타향살이 누군가 보고 싶어도 한참을 차를 몰고 나서야 하고 함께 인생을 나누고 싶어도 각자의 삶에 너무도 바쁜 이국땅의 삶... 그렇기에 가슴 한 구석 어딘지 모를 그리움이 담겨 있는 삶. 

사람은 결코 혼자 살 수 없지만 그리우면 그리운대로 외로우면 외로운대로 가슴에 담고 살아야 하는 삶

그것이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하느님께서 주신, 그리고 우리에게 허락하신 삶

미사가 끝나고 모두가 횡하고 떠난 적막한 성당 마당을 바라보며 하는 생각들 중의 하나 입니다.

 우리는 왜 교회에 올까? 30분씩 차를 몰고 미사 시간에 늦지 않게 닿으려고 그 주일 아침에도 부지런히 길을 떠나오는 우리들은 누굴까? 성당 마당 한 구석에 몰려서서 함께 웃고 미소 지으며 또 친교실 커피앞에 줄줄이 서서 (한국에서 갓 온사람이 보기에는 어쩌면 품위 없어 보이지만) 도넛 한 개씩 입 안에 물고 웃고 있는 우리는 누구일까?

또 때때로는 화를 내기도 하고 아웅 다웅 다투고 있는 우리는 누구일까?

우리는 교회에 옵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만납니다. 단지 하느님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리운 사람을 봅니다. 지치고 힘든 마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서로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서로 비슷하게 노란 얼굴을 보고, 같은 말과 같은 멋을 지닌 우리는 서로가 그립습니다.

그래서 또한 나는 기왕이면 어딘지 모르게 주눅들고 힘들었던 시간은 잠시라도 잊어 버리고 인정받고,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내가 어느 자리에 있던지 나를 조금 더 바라보기를 원하는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너라는 존재의 긍정을 보기 보다는 부정을 먼저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저 사람은 원래 저래, 저 모양이야. 상종을 말아야지”

그리고 보이지 않는 담을 쳐두고 살아갑니다. 내 안의 유리벽 말입니다.

참 억울한 일입니다. 참 서글픈 일입니다.  더 사랑하기도 바쁜데 사랑하다가 죽기도 바쁜데 험담과 불만을 안고 살아가는 서글픈 인생...

 어느 교회에서 들려 온 이야기가 교우들끼리 뭐가 그렇게 마음이 안 맞았는지 다투고 깨어졌다고 합니다.(그게 우리 천주교회이든, 개신교회이든 절이든 상관없습니다.) 모두다 서글픔 가득 한 이방인이고 모두 다 희망으로 살아야 할 하느님의 자녀인데 왜 그런 일이 생기는걸까요? 영혼의 진동은 없이 그저 육의 눈으로만 보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 아름다운 이튼 타운 성당만큼은 안 그러면 좋겠습니다. 우리 가족은 모두가 모두를 긍정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행여 누가 잘못하고 누가 실수해도 입 꽉 다물고 눈 살포시 내리 깔아 보지 않고 귀 마개 덮어 듣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정말 아름다운 교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자기 자신을 끝없이 가꾸고 다스려야 한다.

좋은 친구를 만나려면 먼저 나 자신이

좋은 친구감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친구란 내 부름에 대한 응답이기 때문이다.> 라고 이야기 한 법정 스님 말처럼 우리의 만남이 그냥 스침이 아닌 영혼의 울림이길 청합니다. 

-옛 사제관 2층 구석에서 다시 손 보다. 07년 10월 첫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