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별사
오늘 저는 인생의 절반지기 친구 한 명을 떠나 보내는
참으로 슬프고 비통한 마음을 애써 달래야만 하는
자리에 서 있습니다.
애통한 마음에 앞서 가슴 한 구석 뻥 뚫린 황망함을
어찌 말로서 다 표현 하리오
김형
미안하오
정말 미안하오.
달리 이 짧은 말밖에는 더 생각이 나질 않는구려.
여기 모인 형제처럼 정겹게 지낸 친구들
모두 한결 같은 심정일 거요.
「차라리 이렇게 황망한 이별이 될 줄 알았다면
당신의 멱살이라도 잡아 강제 입원이라도 시켰어야 했는데」
라는 끝없는 후회감은 나 혼자만이 갖는 심정일까요?
김형
전화를 받고 있는 아내의 모습에서 언뜻 불길함이 스쳤는데,
부고를 전해 받는 솔직한 기분은 그야말로 청천 벽력이었소.
나는 주체할 수 없는 감정으로
「아이쿠! 그 놈의 자슥.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무슨 놈의 엿 같은 세상이 있노.」
난 내 스스로에게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원통함을 삭히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소.
김형
당신과 이별의 심정이 이러할진 데
가장을 눈앞에서 떠나 보내야 하는 아내와 자녀들의 심정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하리까?
너무나 기가 차서 제때에 울 수도,
먹을 수도, 잠을 청할 수도 없는 이 황당함을 ……
대답을 들을 수가 있다면, 꼭 되묻고 싶은 말이 있소.
주위 친구들과 가족들의 간곡한 권고에도
귀 기울이지 않은 진짜 이유 말이요.
당신은 가끔 이런 농담을 했던 기억이 나오.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내 인생 내가 지킨다! 너 인생 너의 몫이 아니겠느냐고
되묻는 평범한 질리 인줄 알지만 ……
오늘 이처럼 황망히 당신을 떠나 보내야 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심정은
당신의 진심을 이해하는데 좀더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오.
김형
회고해 보면 당신은 참으로 따뜻한 가슴을 가진 친구였소.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해 물질적으로도 많은 도움과 위로를 주었고, 가진 것을 서로 나눌 줄 아는 큰 가슴 말이요.
또한
가정에서도 좋은 가장이었고, 훌륭한 어버이였소.
어머님을 몇 번 뵈었는데,
그때마다 당신 내외의 칭찬을 내게 일러 주시곤 하셨지요.
또한
사랑하는 아내의 생일이나 어머니 날에는 새벽 시장에 나가 장미꽃 다발을 준비해 아내를 감격 시키곤 했던 그런 남편 말이오.
주일에는 계란을 부치거나
소시지를 구워 아이들을 챙기는 자상한 아버지였고,
엄동설한 추위 속에서도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며,
한 여름 불볕 더위 속에서도 기름 묻은 손등으로 이마의 땀방울을 훔치며, 미래를 위해 열심히 일했던 든든한 가장이기도 했었지요.
김형
되돌릴 수만 있다면 어서 벌떡 일어나시오.
그리고 한번 둘러 보시오.
지선이를 임신 중일 때 우리들의 첫 인연이 시작되었는데,
이제 성년이 되어 지난주 부모로부터 독립하게 되었다기에
얼마나 대견스러웠는지 모르며,
둘째 지영이도 어였한 숙녀가 되어
이 자리를 지키는 든든한 저 모습을 ……
이제 어렵고 힘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더불어 즐기며 살아가야 한다고 다짐했던
우리들의 당부가 채 여물기도 전에 ……
김형
당신과 우리 부부는
올해 결혼 30주년이 되는 특별한 해이고,
크루즈를 가자 거나,
가까운 곳에 여행이라도 가서 자축하자던 다짐 또한 이룰 수 없는 물거품이 되어 더 더욱 안타까울 따름이오.
이제 당신은 고인이 되었지만,
주일이면 늘 당신이 지켰던 그 뒷자리 어디엔가 우리와 함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미사 후 함께 골프를 즐겼던 여러 멤버들.
십 년 넘게 한결 같은 「나이스 물뱀샷」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하고.
30년이나 울려먹은 오직 한 레퍼토리
「목이 메여 불러보는 그 사람을 아시나요」
그 노래 역시 다시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그렇고
숱한 자매님들의 배꼽을 잡게 했던
「못자리 발 빠진 춤」
또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또 다른 슬픔이겠지요.
김형 보시오
저기에 정겨운 가족들과 친구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
당신이 즐겨 불렀던 이름들
「균상! 꽝상! 숏리! 」도
먼 곳에서 부음을 듣고 황망히 달려온 「길상」도 보이지 않소?
오래 전 당신이 맺어준 소중한 인연 말이요.
이제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소.
인명은 제천이라고 했거늘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우리네 인생살이
생전에 믿고 의지해 왔던 신앙이 있으니
주님을 굳게 믿고 그 분께 모든 것을 맡겨 드립시다.
남은 가족일랑 은 우리들에게 맡겨 주시고
먼 길 훨훨 떠나시오.
당신의 영혼이 영원한 행복과 안식을 누리시길
우리 모두 기도 드리리다.
가까운 친구들 모두의 염원을 담아
삼가 당신의 영전에 이 글을 바칩니다.
김재석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