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1주일

(2010. 2. 21 신명 26,4-10; 로마 10,8-13; 루카 4,1-13)

예수님께서는 왜

당신의 말씀 한마디로 사탄을 제압하지 않았는지

답답합니다. 

치사하고 구질구질하게 달려드는 사탄의 시험에

"기록된 바"라고

성경 말씀만 빗대어 꼬박꼬박 답하시는 모습도 갑갑합니다.

오늘 사탄은 주님께 "돌더러 빵이 되라"고 시험합니다.

얼토당토 않는 말 같지만

주님께는 전혀 터무니없는 일이 아닙니다.

때문에 시험이고 유혹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얼마든지

마귀의 말대로 돌로 빵을 만들 수 있는 분이셨기에

마귀는 그런 유혹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영리한 사탄은 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만큼만 유혹하고 

내 힘으로 가능한 바로 그것으로 시험한다는 걸 깨닫습니다.

사탄은 결코 우리에게

돌로 빵을 만들라는 억지를 부리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가진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내 자신을 위해서만 사용하라고 꼬드길 것이고

하느님께서 주신 것들을

오직 나를 위해서만

뽐내고 으스대고 인정받기 위해서 사용하라고 부추길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참으로 갖고 싶고

성취하고 싶고

꼭 그것만 가지면 살 것 같은

없으면 도무지 살아낼 수 없을 것 같은

그것을 

‘하라’고 ‘해도 된다’고 ‘해야만 살 것이라’고

꼬드길 것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

사십일을 주린 그 날,

배가 고팠던 인간 예수님께서는

정말로 

돌을 빵으로 바꾸고 싶지 않았을까요?

허기를 면하고 기운을 차리려는 주님 눈에

돌은 빵처럼 보였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럼에도 응하지 않으신 예수님을 보며

우리도 예수님처럼

자신의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선택할 때에만

사탄의 유혹을 이길 수 있다는 비결을 가르침 받습니다.

그날 주님께서

세상에 뽄대를 보이고 싶은 분이셨다면

사탄의 코를 납작하게 해서

으스대고 싶은 마음이 털끝만큼이라도 있었다면

오늘 성경말씀은 기록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온 그리스도인들이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결단’이 필요한 이유이고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윤리에 깨어 있어야 할 까닭임을 확신합니다.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돌을 빵으로 만들라는 유혹에

응하지 않았지만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진리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도 내 힘과 능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의 은총으로 그분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그분께서는 내가 무엇을 이루었는지를 따지고

내 능력을 보아 나를 택하신 것이 아닙니다.

우리들이 뭔가를 이루어낼 때에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일 때에만 

하느님의 자녀로 인정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움 받습니다.

그럼에도 능력을 뽐내고 싶고 

자취를 뚜렷이 남기고 싶고

하여 세상에서 탁월한 사람이라 칭송을 얻으려는 욕심 탓에

오늘도 

돌로 떡을 만들 궁리를 하며 살아가는 것이라 싶습니다.

+++

영적 싸움은

십자가의 예수님께 “내려와 보라”고 꼬드길 만큼 끈질깁니다.

숨이 다하는 그 시간까지 맹렬히

하느님의 말씀과 약속으로 깨어 있어야 할 까닭입니다.

오늘 이겼다고 자만할 수 없고

이 순간 유혹을 넘어섰다고 자신해서도 안 됩니다.

사탄은 늘

“다음 기회를 노리며” 작전을 짤 것이고

그 다양한 변신의 귀재를 이기기 위해서는

말씀으로 깨어

말씀에 의지하여

말씀으로 기도하는 방법뿐입니다.

내가 가진 작은 것들로

수없이 많은 꼬드김을 당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

주님께서는 그날의 사건을 통해서

시험을 이기는 방법을

바람직하게 승리하는 정의를 가르치신 것이라 믿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의 영광을 벗고

땅에 오시어

우리와 똑같은 처지로 살아가며

삶의 모범을 보이신 그분께서는

사탄의 농락에 휩싸여

사탄의 방법에 익숙한 우리를 위해 

스스로 모범답안을 알려주신 것이라 짚어 집니다.

어려워도 

고통과 시련으로 힘이 들 때에도

내 삶의 관록이나 경험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하느님의 방법만을 사용하고

하느님의 말씀으로 이길 것이라는 약속으로 받겠습니다.

아울러 

맨날 입으로만 눈으로만 생각으로만 

성경을 인용하는 모습이야말로

사탄의 행위라는 뜨거운 경고로 새깁니다

믿음은 

말씀을 인용하는 입이 아니라

철저히 적용하는 삶으로만 인정하신다는

주님의 고백을 듣습니다.

말씀을 삶에 적용하지 않고 인용만 하고 있다면

가짜 믿음이며

이야말로 하느님을 시험하는 모습일 뿐이라는

‘겁나는 진리’를 깊이 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