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만 해도 한 통 속이 되어 죽이 맞던 패거리들이

오늘은 완전히 등을 돌려 서로에게 손가락질하는 것을 흔히 본다.

그저 마주보며 헐뜯기나 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감정이 깊으면 서로 함정에 빠뜨리기도

하고 해를 입혀 파멸시키기도 한다.

한때 동지였다는 것은 그 만큼 상대에게 빈틈을 노출시킨 꼴이므로

공격을 주고받기 시작하면 서로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며,

믿었던 만큼 배신의 골은 깊어 그 상처는 치유할 수 없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고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되는 조직은

그 가능성을 볼 장 다 본 것으로 간주하기 일쑤다.

그러나 사실 한 번 동지가 영원한 동지가 되고 한번 적이 영원한 적이 된다는 것은

동지와 적이 바뀌는 배반의 경우보다 훨씬 위험한 일에 속한다.

‘한번 동지가 영원한 동지’란, 말이 좋아 의리고 초지일관이지 뒤집어 보면

패거리의 작당이고 무지막지한 고집이다.

실제로 동지를 앞세워 ‘절대 의리’를 고집하는 조직은 깡패나 비밀 결사대다.

동창을 들먹이며 한 패로 끌어들이거나, 혈연, 지연을 앞세워 동지의식을 유발하는 것은

대체로 음성조직의 심리가 깔려있다.

이익집단의 동료의식도 자주 이런 모습을 보이는데, 국회의원들이 소위 당론이라는

이유로 단결한다거나 사법부 내에서 파동을 경계하여 개혁을 머뭇거리는 것도 그 예이다.

중추적인 조직이 아니더라도 무슨 단체들이 단결한다거나 무슨 모임들이 뭉친다거나 하는

것들도 패거리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동료의식이 작용한다.

군대나 일부 운동선수들처럼 단결 자체가 그 목적 중 하나인 경우는 당연히 인정 할 수 밖에 없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 어떤 이유를 앞세워 동료의식을 앞세우는 것은 패거리나 떼를

짓는다고 밖에는 해석할 수 없다.

이런 패거리 의식이 지나치게 강요되다 보면 다른 패거리들과 일전을 벌이기 십상이다.

어느 집단이나 홀로 존재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어느 한 집단이 부상하면

다른 집단의 경계심을 부추겨 서로 경쟁적으로 단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한 패거리가 단결하면 또 다른 패거리의 단결을 부추기게 되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치열한 사회에 살고 있다.

배반과 견제가 인간관계를 멍들게 하고 사회를 각박하게 한다고들 한다.

그러나 냉철하게 생각하면,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는 풍토야말로 패거리 문화가

아닌 진정한 공동체를 만드는 바탕이 되는 기회다.

동지와 적이 아닌 진정한 우리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같은 길을 가더라도 서로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이 조직의 부패를 막고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하는 바른 길이며, 오늘은 같은 뜻을 공유해도

언제든지 의견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만이 진정으로 자유롭고

편안한 조직생활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제의 적이라고 해서 영원히 적일 것이라는 속 좁은 편견을 벗어버리고,

오늘 비록 적대적인 관계라도 내일은 필요에 따라 전략적 제휴를 할 수도 있다는

관대한 마음을 가질 때만이 공정하고 진정한 발전을 도모하게 된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는 구도는

결코 비열한 배반의 풍토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다.

도리어 발전과 정의를 위한 약간의 아픔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한결 홀가분할 것이다.

 

  ...   Lionel Richie  -  Stuck On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