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찌개"

        
부대 찌개가 어떤 것일까?

솥뚜껑을 뒤집어 놓은 시꺼먼 쇠그릇에 
김치와 소시지 햄 라면 각종 야채와 당면을 넣고
부글부글 끓여서 먹는 것이었다.

내 취향에 맞지 않아 그저 열심히 먹기만 했다.
내가 스스로 부대 찌개를 선택하여 먹고 싶은 맛은 아니었다. 
그중에 소시지의 그 독특한 맛을 내가 선호하지 않아서였다.

그런데 업무차 의정부에 일보러가서 옛 직장 친구를 만났다.
절친한 친구인데 의정부 명물 부대 찌개를 
꼭 먹어보자고 한다.

내심 반기는 마음은 없었지만 친구의 권유이니
다시 먹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절대로 싫은 음식도 아니고 먹으면 먹을 수 있는 것인데 
친구의 강권을 물리치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의정부의 부대 찌개는 명성이 자자하고 
내 조카가 좋아하는 음식 부대 찌개가 바로 의정부 
부대 찌개니 그 조카가 왜 의정부 부대 찌개 맛을 
못 잊어 하는지.이번에 의문을 풀고 싶기도 했다. 

소문난 음식은 반드시 그 이유가 있기도 하고 
그것이 궁금하기도 했다.

친구의 인도로 간 곳은 의정부시에서 지정한 
명물 부대 찌개 거리였다. 의정부 서부 역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즐비한 간판들 사이에 건물과 건물 사이에 노란 불빛으로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부대 찌개거리에 들어서자 
만국기가 걸려 있어서 축제의 거리에 온 것 같았다. 
크지 않은 골목에 양쪽으로 부대 찌개 메뉴가 있는 
음식점이 보였다. 

일요일이라 사람이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호객하는 음식점이 두어 곳 있었다.
친구는 다른 곳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간판이 
화려하지 않은, 길가에서 바로 식당이 들여다보이는
크지 않은 식당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리가 없어 다시 나와야 했다.

문밖에서 기웃거리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있어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나와 일행을 기다리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이었다. 
들어가 앉을 곳이 없으니 대기하는 것이었다. 

부대 찌개 맛도 별로 모르기도 하고 특별하게 좋아하지 않아
그 맞은편 한가한 집으로 가자 하고 하여도
친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꼭 이 집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조카도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갔다가 아들에게 
혼났다며 반드시 이 집에서 먹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식당에 비해 반듯하지도 않고 크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까지 많아서 번잡하니 내가 선호하는 곳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친구가 우기니 도리없이 기다려야 했다. 
다행이라 하면 많이 기다리지 않고 자릴 잡았다.
그것도 그 식당 사장님이 주로 손님을 맞는 자리였다. 

처음엔 그 집의 일손이 부족하여 보조로 나온 할머니가 
며느리나 딸이 하는 식당의 잔일을 돕는 거려니 생각하며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인사를 
했는데 내가 마치 자신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으로 
이해하고 빙긋 웃는 듯한 인상이 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텔레비전에 여러 번 출현하여 많은 사람이 
그분을 알아보는 유명인사이기 때문에 
그런 일은 허다했던 것이었다.

벽에도 유리창에도 그 할머니가 출현한 텔레비전의 사진이나 
유명만화가가 그린 식객이란 만화까지 그 할머니 명성이 
어떠한지를 금방 알아보게 했다. 
내친김에 여황님이라 불러 드리고 사진까지 찰칵했다. 

금방 나온 음식을 보니 이미 먹어본 부대 찌개와 
다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맛은 뭔가 모르게 개운했다.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아보니 강원도에서 가져온 
보리고추장을 찌개에 넣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반 찹쌀고추장은 걸쭉한데 비해 보리고추장은 
걸쭉하지 않고 시원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니
고추장이라 해도 맛을 이렇게 좌우하나 보다.

앞에 열거한 재료 이외에 소고기 다진 것도 들어 있어서 
고소하고 시원하여 저녁 식사를 거뜬하게 해결했다.

김치찌개를 좋아하니 그 김치를 건져 먹는 맛
라면 사리를 김치와 곁들여 먹는 맛 
두부와 김치 소시지와 김치 햄과 김치를 같이 먹고 
때로는 국물도 먹고 묶은 김치와 무 물김치를 먹어보니 
행복한 식사가 분명했다. 

친구는 이런 식당중에 이 음식점이 이곳의 원조이며
미군부대에서 먹고 남은 음식으로 채소와 같이 끓여
막걸리 안주로 팔았던 것이 오늘의 부대 찌개가 
되었다고 했다.

맨 처음엔 어묵을 팔았는데 그 오뎅 집에서 새로 개발한 
부대 찌개를 이 할머니가 40년째 해오는 것이라 했다.
그 말을 듣던 할머니도 별다른 설명을 하시지 않고 
바로 그렇다고 인정하여 주셨다. 

특별하고 맛있는 음식 소문난 음식을 먹는 즐거움은 누렸으나
줄을 서는 손님으로 하여 할머니나 종업원이 
다소 쫓기듯 접대하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소주도 딱 한 병으로 제한 했고 느긋하게 
식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 음식을 먹어 보겠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손님을 
생각하니 마냥 앉아서 즐겁게 식사하기는 미안했다.

친구가 그 집에서 사준 2인분 부대 찌개는
우리 가족 특별메뉴가 되었다.     
일인 분이 만원이 넘지 않은 저렴한 부대 찌개
소문난 음식 먹어보는 것도 한 끼의 식사로 좋았다. 
식도락가가 아니어도 자랑하고 싶은 것은 분명했다.
치아가 부실한나는 국물과 두부만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