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 기념일 <가는 동안에>

(2008. 11. 12 티토 3,1-7; 루카 17,11-19) 

오늘 예루살렘으로 향하시던 주님께서는

고향 갈릴래아 곁을 지나십니다.

당시 

마을에서 격리되어 살아가던 나병환자가 열 사람이나 나타난 것을 보니

그 곳은 외진 곳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나병 환자 열 명에게 똑같이 치유의 은혜를 베푸십니다.

모두가 ‘가는 동안에’ 나병이 사라지는 은총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그 중에 단 한 사람만이 돌아와 감사를 드립니다.

이는

하느님의 아들에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생소한 일이었다는 사실을

의아해 하시는 주님의 물음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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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입니다.

믿음은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 앞에 마주서는 태도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이라고 모두 믿음의 언어는 아닙니다.

성경에 있다고 모두 신앙의 언어가 아닙니다.

하느님이 아니라도

신앙의 언어를 사용하고 말하는 존재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믿음은 

땅의 인간이 위를 바라보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세상의 작은 부분인 인간이

온 세상보다 더 크신 하느님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이 신앙의 시작입니다.

때문에 제대로 된 믿음의 사람은 늘 감사합니다.

언제나 그분을 향해서

무릎을 꿇고 엎드려 복받친 감격을

전해 올립니다.

‘그리스 사람은 알기 위해서 배웠다.

히브리 사람은 공경하기 위해서 배웠다.

그러나 현대인은 써먹기 위해 배운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어학을 배우고 수학을 배우고 과학도 경제학도 공부하지만

우러러 보거나

놀라고 경외하는 법은 배운 적이 없습니다.

참으로 우리는

하느님의 신비를 깨닫기 위해 배우려 하지 않습니다.

그분께 감사드리기 위해서

돌아와 

무릎을 꿇는 신앙을 가졌는지 묻고 싶습니다.

감사를 표현하기 위해서 엎드리는 믿음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우리는

갈릴래아와 사마리아의 사이 길에서

주님을 만났습니다.

그분은 우리가 나아 ‘가는 동안에’

필요한 

모든 것을 주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우리네 삶이

그분께 의아하지 않기를 소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