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하여(pro nobis)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은 "우리를 위한(pro nobis)" 사건이다.
그리스도의 입장에서 보면 "남을 위한 사건"이고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를 위한 사건"이다.
우리가 세례로써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참여한다면
우리 입장에서 보면 "남을 위한 삶"이고
남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를 위한 삶"을 사는 발판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셨고,
우리를 위하여 부활하셨다는 고백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면서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셨다는 데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pro nobis"를 자기중심적인 나의 구원으로만 해석하여 거기에 머문다면,
그래서 자기의 삶을 남을 위한 삶으로 열지 못한다면,
그리스도의 세례의 의미는 나에게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될 것이다.

세례가 나의 구원을 보장하는 것은
내가 남을 위한 존재로 탈바꿈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세례는 남을 위하여 살지 못하는 나의 존재를 죽이는 것이다.
세례는 자기 죽임을 통해 남을 살리고(마르15,31)
이를 통해 산 존재로 태어나는 것이다.

                                                이제민 신부의 인생 낱말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