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봉사자   <봉사자에게 필요한 덕목>

(우드사이드 서보효 신부님)

                봉사자에게 필요한 덕목이 여러 가지 있지만 신앙인들의 봉헌생활은 사회단체의 봉사자와는 확연히 다른 차이가 있다.  사회단체의 충실한 봉사자의 덕목으로는 인내심, 절제심, 희생정신, 관용정신 등이 있지만 하느님이 빠져 있다. 사회 단체의 봉사자는 봉사자의 힘과 인내심, 절제심, 희생, 관용정신으로 봉사하고 모든 영광이 봉사자에게 돌아간다.  봉사자가 중심이 되는 행동이 되는 것이다. 신앙인의 봉헌 생활은  모든 영광을 주님께 바치고 봉헌자에게는 남는 것이 없다. 단지 주님의 도구가 되고, 봉헌자의 영광은 사라지게 된다.  봉헌자는 주님의 도구가 되어야지 목수가 되어서는 안된다.  주님께서 새로운 집을 지으실 때 망치가 필요하다면 우리는 망치가 되어야 한다. 만약 망치가 필요한데 우리가 톱이 되려고 하면 우리는 전혀 필요 없는 도구가 된다. 

        사회단체의 봉사자는 모든 영광이 자신에게 오고, 자신의 보람과 자기 만족을 얻고 남에게 인정받고 존경을 받아서 다시 봉사활동을 지속하게 된다. 신앙인의 봉헌생활은 주님께 영광 돌리고 자신을 버리게 된다. 이것이 봉헌자의 올바른 삶이다.  봉헌자는 자기 만족이 아니라 하느님에 대한 내적인 기쁨을 느껴야 한다.  봉헌생활을 하는 대표적인 예가 수도자이다. 수도자는 자신의 모든 삶을 주님께 봉헌하고 수도회의 정신대로 살고, 천상의 삶을 지상에서 일반사람에게 보여주며 사는 것이다. 수도자는 세상일을 버리고 하느님과 약혼해서 주님과 함께 살면서 행복하게 사는 삶이다. 이러한 수도자의 봉헌생활을 특수 봉헌생활이라고 한다.  이와 비교해서 교회 봉사자의 생활은 일반 봉헌 생활이라고 한다.

        우리가 세례를 받을 때 물을 3번 붓게 되는데, 예전에는 강물에 3번 침수시켰다.  물속에 잠긴다는 의미는 죽음을 뜻한다. 우리는 세례 때 물속에 잠겨서 3번 죽고 3번 살아나는 부활의 의식을 거쳤다. 첫 번째 물속에 잠겨서 죽은 후 부활해서는 성부와 살고, 두 번째 부활해서는 성자와, 세 번째 부활해서는 성령과 함께 세상에서 부활의 기쁨을 느끼며 살아가라는 의미이다. 세례를 받은 신도는 세상에서 살지만, 부활을 경험한 천상의 신분으로 살게 된다. 평범한 여자가 왕과 결혼하여 왕궁에 들어가서 살게 되면 평민처럼 살면 안되고 왕비의 신분으로 살아야 한다.  세례를 받은 후에는 천상의 자녀이고 빛의 자녀가 되었으므로 천상의 삶을 보여주며 살아야 한다.  자신의 모든 삶을 버리고 천상의 삶을 보여주는 이가 수도자이고, 천상의 말씀을 세상에 전달해주는 이가 사제이며, 세상에 살면서 천상의 삶을 보여주는 이가 교회내의 봉헌자이다.  봉헌자는 자신의 만족을 취하고 자신의 의견을 전하면 안된다.

        봉헌자로서 사목회장의 모습과 자세를 올바로 이해하여야 한다. 사목회장의 직책은 본당회장을 의미하며, 직분은 봉사자이고 주님의 도구이다.  사목회장의 임기를 시작할 때에 마음속의 다짐을 물어보면 대 부분 마음속으로 본인 임기 중에 큰일이 없고 조용히 잘 넘겨서 다음 회장에게 잘 넘겨주는 무사안일의 자세가 많다. 이것도 본인을 강조하는 의미가 된다. 본인이 회장일 때 큰 문제가 없길 바라고, 다른 이가 회장일 때는 본인하고는 무관하다는 의미이다.  대부분의 회장들은 일이 발생하면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덮고 가자고 하거나, 미꾸라지가 흙탕물 만든다거나, 신부님에게 누가 되지 않게 덮고 가자는 자세가 많다.  직책을 강조하면 이러한 자세가 되지만 직분을 강조한 봉헌자는 자세가 달라지게 된다.

        봉헌자는 주님의 뜻에 맞는지 기도하고 확인을 먼저하고, 만약 주님에 뜻에 부합 하다면 나중에 더 커지기 전에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고 간다. 하느님의 도구로서 봉사자는 주님의 뜻에 노력해야 한다. 성직자인 신부님도 인간이라서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용기를 가지고 신부님과 의논하고 신자들의 의견을 신부님께 건의해야 한다. 신부님에게 건의하고, 신부님께서 기도하신 후에도 신부님의 의견이 맞는다고 결정하시면 신부님에게 순명 해야 한다. 사목 회장은 신자들과 신부님 사이를 연결하고 공동체의 일치화에 노력해야 한다. 신부님 앞에서는 순명하고 뒤에서 반대하면 안된다.

       보좌신부 할 때 신부님과 회장과의 불일치를 경험한 적이 있다. 본당 신부님이 성전 보수와 재정 지원을 위해서 신앙심은 부족하지만 재력가인 건설회사 사장을 사목회장에 선출한적이 있었다. 건설회사 사장의 지원으로 성전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뀌었지만, 사목회장이 본인을 앞세우고 신부와 사목위원간의 관계를 벌어지게 만들었다. 사목회장이 사회에서 건설회사사장님인데 신부님이 일만 시키고 지출도 안하고 사목회장을 존경하지 않는다고 불평불만을 하다 보니, 사목위원 대부분이 사목회장에 동의하여 신부님과 불화가 생겨서 인간적으로 충돌하게 되었다. 봉사자가 신앙심이 모자라면 성직자와 불화가 생기게 된다.  사목회장이 신부님보다 앞에 나서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신앙생활에 방해가 되어서 결국 재력은 없어도 신앙심이 깊은 신자로 사목회장이 바뀌고 나서야 모든 불화가 해소되었다. 한국 교회는 교회의 양적 팽창을 위해서 재력가를 사목회장으로 선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주님이 원하는 방향은 아니다. 사목회장은 무엇보다 신앙심이 깊어야 한다.

        사목회장이 봉헌자가 되기 위해서는 2가지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첫째는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기 위해 기도생활에 열심해야 한다. 기도 없이는 본인의 뜻과 힘이 들어간다. 주님의 뜻과 성령에 따르게 기도해야 한다. 내 것을 버려야 주님의 것을 얻게 되고, 봉사의 영광을 주님께 돌리게 된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성찰해서 하루 일과 중에 주님이 뜻에 어긋난 것을 반성한다. 매일 15분씩 일과를 반성하고 뉘우치면 성인의 반열에 오를 수도 있다.  둘째는 미사에 참여하여 성체의 힘을 얻는다. 미사참여는 단순한 의무적 참가가 아니고 독서와 복음을 미리 묵상하고 특강과 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심신단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한다.     

        미국 교포 사목을 하면서 한국신자와 차이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미국 교포들이 한국 신자보다는 정신적으로 순수한 신앙인의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어렵게 정착하고 몸이 지쳐서 약간 변질된 모습을 보이게 된다. 대부분 교회에서 위로 받고 용기를 얻으며 가족처럼 화목하게 지내게 되지만, 나름대로 인정받고 싶어서 본인보다 나은 사람을 질투하고 시기하게 된다.  이것은 자기의 영역을 확보하게 되고, 나쁜 소문을 전파하고, 주위에 관심을 많이 보인다. 한국에는 교회가 아니어도 동문회, 향후회, 친족모임 등 다른 곳에 관심 쓸 일이 많은데 미국교포는 교회 외에는 관심을 쓸 데가 거의 없다. 이러한 관심이 사랑이 아니고 질투로 이어지면 타락하게 되고, 교회 내에서 인간적인 것이 많아지면 타락하게 된다. 교회활동에서 물질과 욕심과 자기 생각이 들어가면 타락하게 된다.  교포들은 미국생활에서 많은 차별을 경험하게 된다. 이것들이 이어져서 교회 내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이들을 차별하고 타락하게 된다. 인간적인 것을 버리고 하느님의 뜻을 넣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백성이고 하느님을 통해서 얻는 사랑, 이익, 기쁨을 받아야 한다. 사목회장이 세속화되면 사목위원이 세속화되고 신자들도 세속화 된다. 사목회장이 임기 중에 잘했다는 기준으로 큰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무사 안일한 자세는 인간적 기준이고 불필요하다. 하나님의 뜻을 어떻게 이루었냐 가 중요하다. 인간적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좋았는지가 중요하다. 신자들에게 욕을 얻어먹어도 하느님의 뜻이라면 밀고 나가야 한다. 그러면 이세상이 끝나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고, 천상의 부활을 느낄 수 있다. 현세에서 부귀를 누리고 인정을 얻으려 하지 말고 천상에 영광을 쌓아두어야 한다. 사목회장은 봉헌자가 되어야 한다. 밀알이 뱃속에 들어가면 없어지지만, 땅속에 떨어지면   많은 열매가 맺어진다. 회장이 희생하고 순교하면 욕은 먹어도 주님의 뜻을 따르는 순교자의 삶이 된다.  이러한 계시를 따라서 하느님의 뜻에 맞는 공동체를 다같이 이루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