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의 예수님과 제자들은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길이었습니다. 이 길은 예수님 인생 여정의 마지막 길로서 예수님은 이제 예루살렘으로 가시면 수난과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당신이 예루살렘으로 가시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미리 말씀해 주십니다.

이 때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님께 와서 이렇게 말합니다. “스승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에 저희를 하나는 스승님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게 해 주십시오.”(마르 10,37) 지금 스승님은 비장한 마음으로 죽으러 가는 길에서 제자들에게 당신의 죽음을 미리 알려 주고 계시는데, 제자 둘은 오히려 스승님이 영광을 받으실 때에 바로 그 옆자리를 차지하는 데에만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더욱 기가 찬 것은 다른 열 제자가 이 두 제자의 말을 듣고 불쾌하게 여겼다는 것입니다. 자기들도 예수님 바로 옆 자리에 앉는 영광을 누리고 싶은데 그 두 제자가 재빨리 선수를 친 것입니다. 그래서 불쾌하게 여겼던 것입니다. 스승님은 죽으러 가는데, 모든 제자들은 영광의 자리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스승님의 죽음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자기의 영광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마르 10,43-44)

예수님의 이 말씀은 제자들의 기대를 완전히 뒤집어 놓고 있습니다. 제자들은 지금 서로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영광을 누리는 데에만 급급한데, 예수님은 그 자리에 앉으려면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섬기고, 종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우리의 상식과 세상의 논리와도 완전히 반대되는 것입니다. 누구나 다 높은 자리, 권력의 자리, 영광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그 자리가 섬김을 받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반대로 그 자리가 오히려 섬기는 자리라고 하십니다.

다른 사람들을 섬긴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본능적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살려고 하지,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살려고 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다른 사람을 섬긴다는 것은 완전히 그 사람을 위해서 자신의 존재와 삶을 바치는 것인데,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그래서 아무나 높은 자리에 앉을 수 없는 것이며, 이런 마음과 정신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서 사람들을 위해 봉사와 섬김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나는 과연 다른 사람들을 섬기는 삶을 살고 있는지, 아니면 섬김을 받으려고 하는지, 아니면 그저 나 자신을 섬기는 데에만 충실한지, 우리 자신을 돌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