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가난한 과부 한 사람이 와서 제관에게 렙톤 두 닢을 가져왔다고 말합니다. 렙톤은 그리스 화폐의 최소 단위로서 우리로 치면 1센트 정도가 됩니다. 앞에서 부자들이 “몇 백 달러요.”, “몇 천 달러요.” 하고 큰소리로 액수를 말하며 봉헌하는데 그 틈에서 가난한 과부 한 사람이 “2센트입니다.” 라고 말하며 봉헌을 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아무도 그 과부를 거들떠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부자들은 과부의 헌금 액수를 들으면서 과부를 비웃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이 가난한 과부를 눈여겨본 유일한 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예수님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가까이 불러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저 가난한 과부가 헌금함에 돈을 넣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 곧 생활비를 모두 다 넣었기 때문이다.”(마르 12,43-44)

예수님의 계산법은 세상의 계산법과 완전히 다릅니다. 부자들이 과부보다 헌금 액수로는 훨씬 많은 돈을 낸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헌금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 이유로 부자들은 풍족히 가지고 있는 가운데에서 아주 조금만 떼어 헌금을 했지만,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 곧 생활비를 모두 다 넣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참된 봉헌의 의미가 무엇인지 분명히 드러납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뭔가를 봉헌하는데 있어서 그 봉헌물의 외적인 양이 많은 것이 참된 봉헌이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봉헌하느냐가 참된 봉헌을 결정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부자들의 헌금은 사실 봉헌이 아니라 자기 과시였습니다. 하느님께 그만큼 많은 정성을 내어드린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만큼 재산이 많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한 것일 뿐입니다.

여기서 우리의 모습을 돌아봅시다. 지금 우리의 봉헌은 과연 참된 봉헌인지 생각해 봅시다. 우리가 교무금이나 주일 헌금을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봉헌하고 있는지 생각해 봅시다. 우리가 하느님께 바치는 시간의 봉헌인 기도를 어떤 마음으로 얼마나 하고 있는지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나의 봉헌하는 마음을 보고 계시고 알고 계신다는 것도 생각합시다. 우리가 나중에 하느님 앞에 섰을 때 하느님께서 나에게 어떤 말씀을 하실까요? 그리고 우리는 하느님께 무슨 말씀을 드릴 수 있을까요? 오늘 이 가난한 과부처럼 하느님께로부터 칭찬을 받을 수 있을까요?

물론 우리가 오늘 복음의 과부처럼 모든 생활비를 한꺼번에 다 하느님께 바쳐드릴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입니다. 하느님께 내가 어떤 마음으로 봉헌하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것이 시간이든, 돈이든, 기도이든, 그 무엇이든 하느님께 바치는 것은 외적인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진 우리의 마음이 중요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과부를 눈여겨보시고 칭찬하신 것도 2센트짜리 헌금 안에 담겨 있는 가난한 과부의 정성어린 마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