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있었던 한 본당에 참 독실한 부부 내외분이 계셨습니다. 이 분들에게 저녁 초대를 받아서 함께 대화하는 도중에 교구에서 유명한 한 신부님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 신부님은 교구 안에서 미사 5분전에 성당 문을 걸어 잠그시기로 유명하신 분이셨고 신혼 초에 미사 시간에 늦어서 이 신부님으로부터 호되게 야단 맞은 일을 떠올리시며 당황했던 옛 기억을 두런 두런 얘기 하셨습니다. 평소에 이 신부님의 명성(?)을 저도 익히 알고 있던 터라 참 자매님 앞에서 민망하셨겠습니다 라고 넌지시 여쭈었더니 하느님께서 부르시는데 그런 민망함이나 창피가 중요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얘기하시는 것입니다. 이 말씀에 저는 감동을 받았고 오늘 복음 말씀 묵상 중에 이분들에 대한 기억과 함께 주객이 전도된 우리의 신앙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합니다.
흔히 우리는 착각에 빠져 있는 신앙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신앙의 주도권이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당에 나와 준다” 혹은 “이 정도 봉사해 주었으면 되었지” 등의 생각이나 말들이 이런 현실을 잘 대변 해 주고 있습니다. 더 나가서 하느님을 내가 사랑한다는 망상에 빠져 있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사랑은 단지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혹은 우리가 성당 안에서 이 만큼 봉사해주기 때문에 우리에게 오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가 사랑을 표현하는 어떤 방법보다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지 어떤 생각이나 행동을 하든지 항상 기다리시고 참아주시고 부르기를 원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못났기 때문에 그리고 부족하기 때문에 또한 당신의 자녀이니까 사랑하십니다. 그러므로 교회 안에서 자만하지 말고 주님 앞에서 고개 숙여야 합니다. 나를 내세우는 신앙이 아닌 주님께 순명 하는 신앙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 신앙 안에 또 하나의 커다란 착각은 “내가 주님을 찾았다”고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주님을 찾은 것이 아니고 주께서 여러분을 찾으신 것입니다. 이런 선택권은 항상 주님께 있는 것이지 여러분이 선택하거나 선택 해주었던 것이 아닙니다. 오늘 복음 말씀 중에 있듯이 주님께서는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고 하셨습니다. 예수님 삶 중에서도 성경 여러 구절에 나와 있듯이 모든 선택은 하느님께서 주관 하신다는 것을 잘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신앙은 우리의 선심이 아니라 주께서 선택하셨다는 것을 우리 다같이 깨달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성당 안에서 사목회나 봉사 단체에서 활동하신다면 하느님의 부르심으로 봉사하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으셔야 합니다.
이 모든 착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주님께 대한 태도를 다시 묵상하시고 잘못된 태도를 재고 함으로써 보다 성숙된 신앙인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첫째로 교회 안에서 교만을 버리셔야 합니다. 지금까지 얼마나 하느님께서 잘 보아 주셨는지 아신다면 주님의 계획하심에 순명하고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둘째로 인간적이거나 사회적인 방법들로 교회를 물들이지 말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주님께서 저희에게 주신 소중한 사랑을 가슴에 새기고 저희가 베푼다고 생각하는 사랑이 얼마나 보잘것 없는 사랑 인지를 깨달아 사랑 안에서 거듭나고 형제애를 돈독히 하는 신자가 되어야겠습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25 사도 바오로가 일러 준 대로 이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교리와 그 교육은 모두 끝없는 ‘사랑’을 향해야 한다. 믿고 바라고 꼭 해야 할 것을 가르쳐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늘 우리 주님의 사랑이 드러나게 해야 한다. 그리하여 모든 이가 그리스도인 완덕의 근원이 ‘사랑’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니고 그 목적도 ‘사랑’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