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주님 수난 성지주일(마르15,1-39) 진홍가슴새

하느님께서 작은 새 한 마리를 만드셨는데 그 새 이름은 진홍가슴새라고 붙여 주셨습니다. 그러나 작은 새의 가슴은 빨간 깃털이 하나도 없었고, 온통 회색빛 뿐이었답니다. 어느 날 진홍가슴새는 하느님께 호소하였어요.

 “하느님, 제 이름이 어째서 진홍가슴새인가요? 저는 머리에서 꼬리까지 몽땅 회색 빛깔인데 단 한 장의 빨간 깃털조차 없지 않아요? 모두들 저를 놀리곤 한답니다. 단 한 방울이라도 좋으니 빨간 깃털이 가슴에 섞여 있기만 해도 좋아요. 내 이름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새가 될 수 있을 텐데요.”

 하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내가 너를 진홍 가슴새라고 불렀으니 너는 진홍가슴새야. 하지만 네 마음가짐 하나로 너는 정말로 빨간 가슴털을 가질 수 있단다.”

 그 날 이후로 진홍가슴새는 빨간 가슴털을 가지려면 어떻게 할까 궁리하며 살았대요. 어느 듯 어미새가 된 진홍가슴새는 아기새에게 이런 사연을 전해주고 또 전해주기를 여러 해 보냈어요.

그러 던 어느 날, 진홍가슴새 둥지가 있는 언덕 쪽에서 큰 일이 일어났어요. 창과 칼을 든 무시무시한 군인들이 언덕에 올라와 십자가를 세우는 가하며, 어떤 사람을 매달아 못질하는 소리, 신음하는 소리 등 온갖 끔찍한 소리가 들려왔답니다. 어미새의 가슴은 후들후들 떨렸어요.

 “저 사람의 이마에 가시가 박혀 피가 흘러내리는구나. 저 사람이 괴로워하는것을 보니 마치 내가 못 박히는 것처럼 심장이 아파오는구나.”

어미새는 왠지 모르게 가시관을 쓴 사람에게 참을 수 없는 동정심을 느꼈으며 더 이상 보고 있을 수사 없었답니다.

 “내 비록 약하고 보잘것없는 새이지만 괴로워하는 저 불쌍한 사람을 위해 무엇인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야.”

 작은 새는 가시관을 쓴 사람에게로 갔습니다. 작은 주둥이로 그의 이마에 박힌 가시 하나를 뽑았습니다. 그 때 그 사람의 피 한 방울이 분수처럼 솟아올라 작은 새의 가슴에 떨어졌습니다. 핏방울은 곧 번져서 작은 새의 가슴털을 온통 빨갛게 물들었답니다.

“엄마, 가슴이 빨개졌어요. 들장미 꽃잎보다 더 빨개요!” 어미새 가슴의 진홍빛은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았답니다. 그날 이후부터 아기새들의 가슴에도 어미새와 똑같은 빛깔의 진홍색 털이 돋아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 빛깔은 지금까지 모든 진홍가슴새의 가슴에 빨갛게 빛나고 있답니다.

 이번 한 주간을 거룩한 주간, 성 주간이라고 부르죠. 우리도 진홍가슴새로 살아가는 것이 어떨까요? 예수님의 머리에 박힌 가시 하나를 뽑아드리는 것이 그 어떤 미사여구를 넣은 기도보다도, 묵상보다도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시는 주님의 마음을 위로하는 일이 아닐까요?

 성주간 동안 기도 한 번 더 하고 욕심을 버리고, 양보하고 화를 덜 내고, 용서 한 번 더 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주님과 함께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