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1독서의 이사야서는 우리에게 이런 말씀을 들려줍니다. “너의 하느님께서는 너로 말미암아 기뻐하시리라.”(이사 62,5) 이 말씀은 우리의 삶과 우리의 신앙 생활과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과연 하느님께서 나를 보시면서 기뻐하실까? 나는 지금 하느님께 기쁨을 드리는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오늘 제2독서의 코린토 1서는 우리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은사에 대해 가르쳐 줍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께로부터 저마다 각각 다른 은사를 받았습니다. 은사라고 번역된 말은 원래 그리스어로 ‘카리스마’Charisma라고 합니다. 우리는 주로 카리스마라고 하면 어떤 사람이 가진 강력한 이미지나 개성 등을 생각하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은사를 뜻합니다. 이 은사는 사람마다 다 다르기에, 우리는 저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신 은사가 무엇인지를 곰곰이 찾아보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받은 은사를 마냥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나만의 은사가 무엇인지를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은사를 가지고 하느님을 위해 일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소명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카나의 혼인 잔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예수님의 공생활 초기에 유일하게 성모님과 함께 하셨던 장면이 바로 오늘 복음인데,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은 혼인 잔치 집이었습니다. 이 흥겨운 혼인 잔치에서 포도주가 다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어느 나라 잔치나 다 마찬가지로 술이 떨어지면 잔치의 흥겨움도 자연스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성모님은 아들에게 이 사실을 알립니다.

 하지만 아들은 아직 자신의 때가 오지 않았다는 냉랭한 반응을 보입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고 말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성모님의 바램대로 물을 포도주로 바꾸어 주십니다. 이것을 통해 우리는 예수님의 냉랭한 반응과 성모님의 응답 사이에 뭔가가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비록 복음서에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어머니와 아들 사이에 그 어떤 교감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예수님이 물을 포도주로 바꾸어 주셨을 리가 없습니다.

 아직 당신의 때가 오지 않았다는 예수님의 말씀에 우리는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모든 일을 하느님의 뜻에 따라 행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여기서 예수님의 때라는 것은 결국 하느님께서 정해놓으신 때를 말합니다. 예수님은 성모님에게 아직은 당신이 기적을 일으키실 때가 아니었음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성모님 때문에 예수님은 하느님께서 정해놓으신 때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적을 일으키셨습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이 말 속에서 우리는 성모님의 순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성모님은 참으로 순종의 여인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뜻이든 아들 예수님의 뜻이든 한없이 순종하는 성모님의 부탁을 예수님은 들어주실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도 성모님의 이 순종을 배워야 합니다. 늘 하느님께 뭔가를 바라고 청하기만 하는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먼저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하느님께 뭔가를 청할 때 하느님은 오늘 예수님께서 하셨던 것처럼 우리의 청을 반드시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