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예수님께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사건을 기억합니다. 우리도 모두 예수님처럼 세례를 받았습니다. 세례의 물로써 우리의 과거와 낡은 습관과 죄악은 모두 씻겨졌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흰 옷을 입고 하느님의 아들딸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성령을 받고 새 이름을 받으면서 우리는 예전의 나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세례를 받기 전에 하느님은 나와 아무 상관이 없는 존재였지만, 세례를 받음으로써 하느님은 나를 이 세상에 있게 하신 분, 나를 너무나 사랑하시는 아빠, 아버지가 되셨습니다. 세례를 받기 전에 예수님은 그저 유명한 위인 가운데 한 사람에 불과했지만, 세례를 받음으로써 예수님은 나를 위해 당신 목숨을 내놓으신 분, 나의 유일한 스승이시며 나를 이끄시는 목자, 내가 가야할 길이며, 나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분이 되셨습니다.

예수님은 세례를 받기 위해서 30년을 살았던 집과 부모님의 품을 떠나셨습니다. 그리고 세례를 받은 이후에는 그전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사셨습니다. 우리도 예수님을 따라야 합니다. 우리도 세례를 받은 이후에는 그전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야 합니다. 세례를 받고 나서도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가 전혀 다를 게 없다면, 우리가 받은 세례는 아무 의미 없는 것이 되어 버리고 맙니다.

세례는 단지 가톨릭 신앙인이 되기 위한 입문 과정으로 있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많은 신자들이 세례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하느님을 떠나 냉담합니다. 그분들에게 세례는 입문 과정일 뿐이었습니다. 입문하고 나서 보니 별로 달라진 것도 없고, 바뀐 것도 없고, 성당 다닐 때나 안 다닐 때나 별반 다를 것도 없어 보이니 자연히 떠나게 되는 것입니다.

성당을 다니고 있는 신자들에게도 세례는 그저 하나의 추억으로 머물러 있을 뿐입니다. 그때 어느 신부님에게 교리를 받았고, 누구와 같이 세례를 받았고, 세례 받을 때 이러이러한 에피소드가 있었고... 등등... 세례 받고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 주일마다 성당에 가야 한다는 것, 주일 미사 빠지면 죄가 된다는 것,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야 된다는 것 그 정도인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의 모습들을 보면, 세례와 내 일상의 삶은 아무런 상관이 없고, 세례와 ‘나’라는 존재의 변화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듯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새롭게 태어남’도 없고,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심’도 없고, ‘내 삶의 본질적인 변화’도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런 우리들이기에 오늘 예수님의 세례 받으심도 별다른 의미 없이 다가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한없이 낮추시고 세례를 받으심으로써 우리들 곁에 다가오셨습니다. 우리는 세례를 받고 나서도 예수님 없이 아무렇지 않게 살아왔고, 또 살고 있지만, 그분은 지금도 우리들 곁에 계십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지 않지만, 그분은 지금도 우리들에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과거의 삶을 벗어버리고, 예전의 나의 모습들을 바꾸고, 하느님의 사랑받는 아들딸로 새롭게 태어나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