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우리말로 ‘행복하여라’ 하고 번역된 그리스어 μακάριος(=makarios) 는 ‘행복한’ 이라는 뜻도 있지만, 성경에서는 ‘복되다’라는 의미로 쓰이는 말입니다. 단순히 감정적인 차원의 행복이 아니라, 어떤 조건이나 상태로서의 복됨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비록 지금 예수님을 따라다니고 있는 제자들이 가난하고, 굶주리고, 울고 있고, 나중에는 예수님의 이름 때문에 미움과 모욕과 중상과 박해도 받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제자들이 복되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기 때문입니다.(루카 6,23 참조)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지금이 아니라 ‘그날에’ 기뻐하고 뛰놀으라고 제자들에게 명령하십니다.(루카 6,23 참조) 여기서 그날은 지상에서의 어떤 날이 아니라 하늘나라에 들어간 날을 가리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제자들이 지상에서는 가난하고 굶주리고 울고 또 당신 때문에 박해를 받을지라도 하늘에서는 기뻐하며 뛰어놀 것이기 때문에 제자들을 향해 ‘너희는 복되다’고 선언하신 것입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도 이렇게 말합니다.

 “그 곳에서 우리는 안식하며 볼 것이고, 보고 사랑할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하고 찬미할 것입니다. 마침내 끝이 없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끝이 없을 나라에 다다르는 것 말고 무슨 다른 목적을 가지겠습니까?”(『신국론』 22,30)

 예수님의 이 행복 선언은 그 당시 예수님의 눈앞에 있던 제자들만이 아니라 그 이후의 모든 제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씀입니다. 이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제자가 사도 바오로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실 당시에 예수님의 눈앞에 있던 제자가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지만, 바오로 사도는 예수님의 이 행복 선언이야말로 제자들이 처해 있는 참된 상황을 표현해 주고 있음을, 또 자신이 사도로서 직접 겪은 생활과 고통의 체험에서 이 선언의 의미를 깨달았음을 자신의 여러 편지를 통해 우리에게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편지들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하느님의 일꾼으로서 다른 말로 표현하면 예수님의 제자로서 충실히 살면 살수록 오늘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그 복됨의 선언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그리고 깊이 깨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베네딕토 교황님도 이것을 분명하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참행복 선언은 제자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제자의 직무에 대한 헌신이 완전하면 할수록 참행복 선언은 더 구체적인 것이 되고 더 현실적인 것이 됩니다. 이것은 우리가 바오로의 모범을 통해 실제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행복 선언이 의미하는 것을 이론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혼신의 힘을 다해 주님의 뒤를 따르는 사람의 실제 삶과 고통과 신비스럽기 짝이 없는 기쁨을 통해 천명되는 것입니다.”(『나자렛 예수』, 127-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