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 앞에 대림환이 꾸며지고 대림초에 불이 밝혀졌습니다. 이 촛불은 우리에게 새해가 시작되었음을 알려줍니다. 교회의 전례력으로 대림 제1주일은 새해의 첫날입니다. 전례력은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의 신비를 해마다 묵상합니다. 그래서 그 시작은 언제나 아기 예수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시기부터입니다. 이 대림시기의 시작을 알리는 대림초에 촛불이 밝혀졌습니다.

 ‘시작’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우리에게 그 어떤 기대와 설렘을 가져다줍니다. 그것은 마치 시작이 주는 선물과도 같습니다. 뭔가를 시작하기는 어렵지만, 그 어려움 가운데서도 왠지 모를 기대감이 시작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처럼 시작하고 나면 우리도 모르게 어느새 익숙해져 가고 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뭔가 새로운 시작을 할 때 나름대로의 결심을 합니다. 그리고 계획을 세웁니다.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합니다. 이것은 우리 신앙인들에게도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조금 더 알기 위해, 더 깊이 만나기 위해, 신앙생활을 더 열심히 하기 위해, 영적으로 조금 더 진보하기 위해 결심을 해야 하며 목표를 설정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이 언제 오실지 모르기 때문에 늘 깨어 준비하고 있으라고 말씀하십니다.(마태 24,42.44) 우리가 신앙적인 작은 결심 하나를 날마다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로 깨어 준비하는 것입니다. 깨어 있으려면 지금까지 해오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것이 필요합니다. 준비도 마찬가지입니다. 늘 해오던 것에는 준비가 따로 필요 없지만, 새로운 뭔가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이 어떤 때인지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잠에서 깨어날 시간이 이미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처음 믿을 때보다 우리의 구원이 더 가까워졌기 때문입니다.”(로마 13,11) 이 대림 시기의 첫 주일에 꼭 들어맞는 말씀입니다. 지금은 바로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앞두고 4주 동안 깨어 기다리며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해마다 우리는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지만, 늘 그렇듯 하나의 행사로 지나가 버리고 맙니다. 성탄절은 결코 세속의 큰 행사가 아닙니다. 세상 사람들은 기쁨의 이유도 모르는 채 그저 크리스마스를 즐거워하며 놀기에 바쁘지만, 우리는 그래서는 안 됩니다. 성탄이 정말 기쁘기 위해서는 대림 4주간을 정말 잘 준비해야 합니다. 대림시기를 또 아무 의미 없이 보낸 분들은 성탄이라고 해서 특별히 기쁠 일이 없을 것입니다.

 대림초에 불이 환하게 밝혀짐과 동시에 우리에게는 4주간의 귀한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는 우리들 각자에게 달려 있습니다. 아무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못합니다. 내가 어떻게 사느냐가 내 인생의 순간순간들을 만들어 갑니다. 우리 모두에게 이 대림시기가 진정 신앙적인 새로운 시작이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