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시기의 두 번째 주일에 우리는 세례자 요한의 설교를 들었습니다. 요한의 설교는 한마디로 말해서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마음으로 회개하라는 것입니다. 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맞이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바로 회개라는 것입니다. 회개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metanoia’는 ‘가던 길에서 돌아서다, 방향을 바꾸다’ 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동안 살아오던 나의 길에서 돌아서서 하느님께로 방향을 바꾼다는 것입니다. 요한은 사람들을 회개시키기 위해 세례를 베풀었습니다.(마태 3,11 참조)

 

 세례는 회개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요한은 강가에서 사람들에게 물로 세례를 주었습니다. 물은 죽음을 상징합니다. 세례를 받기 위해 물속에 들어간다는 것은 이제 예전의 나는 죽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물은 모든 것을 씻어줍니다. 이제 예전의 나의 죄와 잘못과 악습들이 세례를 받음으로써 다 씻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이것은 예수님께서도 니코데모와의 대화에서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요한 3,5)

 

 여기 앉아 있는 우리 모두는 세례를 받았습니다. 물과 성령으로 태어난 것입니다. 그래서 새 이름도 받았습니다. 그동안 써왔던 세상의 이름을 더 이상 쓰지 않고 하늘나라에 있는 성인들의 이름을 받아서 씁니다. 사실 우리가 받은 세례명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베드로 성인도 원래 이름은 시몬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시몬에게 ‘케파’라는 새 이름을 주셨습니다.(요한 1,42 참조) 아람어 ‘케파’는 그리스어로 ‘베드로’, 우리말로는 바위, 반석이라는 뜻입니다. 베드로는 원래 바닷가에서 물고기를 잡던 어부 시몬이었지만, 베드로라는 새 이름을 받음으로써 교회의 반석이 되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내가 받은 새 이름대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새로운 인생은 그냥 주어지지 않습니다. 새 이름만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회개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변화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요한도 이렇게 말합니다.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어라.”(마태 3,8) 정말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새로워져야 합니다. 새 이름에 걸맞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기 전에 어머니는 반드시 산고의 고통을 겪습니다.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그에 따르는 노력과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게 싫어서 더 이상 노력하지 않는다면 새로 태어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사람이 하루아침에 변할 수는 없습니다. 매일 조금씩 노력해 나갈 뿐입니다. 그러나 그 노력들이 쌓이고 쌓여서 우리는 변하게 되고 어느새 달라진 인생을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자녀로서, 또, 진정한 신앙인으로서 지금보다 더 새로워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