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 아기 예수님을 방문하여, 예수님이 공적으로 메시아로 드러난 사건을 기념하는 주님 공현 대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 이 사건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말은 ‘별’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별’은 무려 네 번이나 등장하고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하느님께서 보내주기로 약속한 메시아를 정말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그런데도 예수님이 태어나셨을 때, 메시아께서 이 세상에 오셨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메시아에 대한 예언도 모르고, 기다리지도 않았던 이방인들이 메시아가 이 땅에 태어났다는 것을 먼저 알고 찾아왔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예수님의 별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예수님의 별을 보지 못했습니다. 자기들의 하늘 위에 그 별이 떠 있었지만 보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구세주를 기다린다고 했지만, 사실 기다리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간절한 마음 없이 그냥 ‘언젠가는 오시겠지.’라고 생각하며 평소와 다름없이 일상생활을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도 하늘에서 일어나는 표징들에 관심도 없고, 보지도 않고, 그냥 세상살이에만 집중하며 살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전혀 구세주를 모르고 있던 이방인들이 자기들을 찾아와 예수님을 찾았을 때, 헤로데 임금을 비롯한 온 예루살렘이 깜짝 놀랐던 것입니다.(마태 2,3) 그리고 그때서야 헤로데는 메시아가 태어날 곳이 어디인지를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헤로데는 메시아가 태어난 시간과 장소를 알아냈지만, 동방 박사들만 보내고, 자신은 예수님을 찾으러 가지 않습니다. 메시아가 오셨으면 기뻐 뛰며 찾으러 가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헤로데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는 전혀 메시아를 기다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메시아라는 존재는 그의 권력을 혹시 무너뜨릴지도 모르는 인물이기에, 그는 아기 예수님을 없애버리려는 생각을 품고, 박사들에게 아기 예수님에 관하여 잘 알아보라고 지시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천사가 헤로데의 이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헤로데 뿐만 아니라 다른 유대인들도 아무도 동방 박사들을 따라가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의 별을 보고 예수님을 만나고픈 갈망을 가진 사람들은 동방 박사들뿐이었습니다. 메시아의 탄생을 기뻐하며 예수님을 찾아야 했던 사람들은 유대인들이었지만, 그들은 아무 관심이 없었습니다. 마치 창세기에서 대홍수가 일어나기 전 노아가 홀로 열심히 방주를 만들며 홍수를 대비했지만, 사람들은 아무도 노아의 말을 듣지 않고 흥청대고 먹고 마시며, 그냥 세상일에만 마음 쓰며 살았던 모습과 똑같습니다.

 동방 박사들은 별의 인도에 따라 결국 아기 예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박사들은 예수님을 보자마자 땅에 엎드려 경배를 드리며, 보물 상자를 열고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습니다.(마태 2,11)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예수님은 여느 아기와 똑같은 어린 아기로 성모님 품에 안겨 있었는데, 박사들이 예수님 앞에 곧바로 엎드렸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아기이지만 그 안에서 예수님의 존재를 알아보았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별이 높이 떴을 때부터 그 별을 알아본 사람들이기에, 어린 아기의 모습 안에서도 그 아기가 어떤 존재인지를 알아본 것입니다.

 아기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똑같은 별이 주어졌습니다. 그 별을 보느냐, 보지 않느냐, 볼 수 있느냐, 볼 수 없느냐가 우리 각자에게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동방 박사들의 삶의 모습을 배워야 합니다. 별을 볼 줄 알고, 표징을 읽을 줄 알고, 별을 따라갈 줄 알고, 기꺼이 세상일을 포기할 줄 알고, 별이 보여주는 표징을 알아보고 받아들일 줄 아는 모습을 배워야 합니다. 우리가 그런 모습으로 살아갈 때 우리는 진정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수많은 별들이 우리의 작은 일상들 안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