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따라온 수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고 합니다. 군중이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따라다니던 군중은 거의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가진 것도 별로 없고, 어떤 힘과 권력도 없고, 몸과 마음이 지쳐 있고 아픈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을 따라다녔습니다. 예수님은 그런 군중을 볼 때마다 가엾은 마음이 드셨는데, 이 ‘가엾은 마음’은 그저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아니라, 내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깊은 연민의 마음입니다.

예수님은 가난한 군중을 바라볼 때마다 가슴 미어지는 애달픈 마음, 측은한 마음을 느끼시면서 그들의 아픔과 눈물에 함께 아파하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이 비유의 말씀에서 수확할 것은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을 뜻하고, 일꾼은 예수님처럼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연민의 마음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아 주고 사랑을 쏟아줄 사람을 뜻합니다.

예수님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셨기에 혼자서 수많은 군중을 다 돌보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일을 함께 할 일꾼들이 필요했고, 그 일꾼으로서 열 명의 제자들을 따로 뽑으셨습니다. 예수님이 일꾼들을 뽑으실 때의 기준은 똑똑하고, 잘났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인간적으로 보면 가진 것이 없고 능력이 없더라도, 예수님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제자로 뽑혔습니다. 이 열두 명의 제자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3년 동안 오직 예수님과 함께 살아가면서 예수님의 일을 함께 했습니다.

오늘 복음의 마지막에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대로 열두 제자들은 먼저 예수님께 뭔가를 해드려서 제자로 뽑히고 예수님과 함께 사는 권한을 받은 것이 아니라, 거저 주어진 선물로 제자로 뽑혔습니다. 열두 제자들은 예수님으로부터 특별한 사랑을 많이 받았고, 많은 가르침 또한 받았습니다. 이 모든 것은 예수님으로부터 거저 받은 것이니, 이제 세상에 나가서 사람들에게 거저 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말씀입니다.

우리는 모두 예수님의 새로운 제자로 뽑힌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 말씀은 바로 우리 모두에게 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우리도 내 주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웃이 되어 주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아서 잘 모를 뿐, 실제로는 내 주위의 아주 가까운 사람들 중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 때로는 우리도 가난한 사람이 됩니다. 우리도 살아가다 보면 삶의 무게에 지치고, 인간적인 상처들로 고통을 겪으며, 혼자 감당하기 힘겨운 어려움으로 눈물을 흘릴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우리도 누군가 마음으로 나와 함께 해줄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먼저 이웃이 되어줄 때, 그 누군가도 반드시 내가 가난할 때 나의 이웃이 되어줄 것입니다. 또 우리는 하느님께로부터 거저 받은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나의 생명, 건강, 내가 가진 모든 것, 가족, 나의 모든 사람들, 신앙 등등 이 모든 것들이 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거저 주신 선물들입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지만, 사실 그것은 당연히 여길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감사를 드려야 할 것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