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 물을 마시는 자는 누구나 다시 목마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깊은 영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말하는 목마름은 육신의 목마름이 아니라 우리 영혼의 목마름입니다. 끊임없이 뭔가를 갈망하는 우리 영혼의 목마름을 예수님께서 채워 주신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지어내실 때, 우리 안에 이미 이 목마름을 심어 주셨습니다. 끝이 없으신 하느님께서 심어주신 목마름이기에, 우리의 영적 목마름은 끝이 없습니다.

 우리는 아무리 채우려 해도 채울 수 없는 그 어떤 갈망이 우리 안에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 갈망을 채워주실 수 있는 분은 바로 그 갈망을 심어주신 하느님 한 분뿐이십니다. 바로 이것을 예수님이 여인에게 말씀하시고 계시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마리아 여인은 여전히 예수님의 말씀을 전혀 영적인 의미로 이해하지 못하고, 생뚱맞은 대답을 합니다. “선생님, 그 물을 저에게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목마르지도 않고, 또 물을 길으러 이리 나오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사마리아 여인은 여전히 육신의 목마름을 채워줄 물만을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오늘의 우리들이 바로 이 사마리아 여인과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영적으로 풍요로운 선물을 주시려 하지만, 우리가 하느님께 청하는 것들은 대부분 우리의 현실적인 갈증을 채우는 데 급급한 것들일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도 오늘 사마리아 여인과 예수님과의 대화와 비슷할 지도 모릅니다. 많은 경우 우리는 기도하면서 하느님의 생각을 알려고 하기 보다는 나의 현실적인 필요만을 채우려고 합니다. 하느님의 뜻대로 살려고 하기 보다는 내 뜻대로 살려고 합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우리의 삶에서 거의 잊혀져 버릴 때가 참으로 많습니다.

 우리의 하루를, 우리의 삶을 가만히 돌아봅시다. 그 삶 속에서 하느님이 차지하는 자리가 어느 정도인지를 생각해 봅시다. 나는 정말 하느님을 나의 영적 목마름을 채워주는 분으로 모시고 사는지, 아니면 그저 현실적인 목마름을 채우려고 할 때만 찾는 분으로 모시고 사는지, 우리 자신을 돌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