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은 말 그대로 거룩한 영이라는 말입니다. ‘영’이라는 말은 히브리어 루아Ruah를 번역한 말로써, 본래는 숨결, 공기, 바람 등을 의미합니다. 창세기 1장 2절을 보면, “땅은 아직 꼴을 갖추지 못하고 비어 있었는데, 어둠이 심연을 덮고 하느님의 영이 그 물 위를 감돌고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 창세기 2장 7절을 보면,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느님의 영, 생명의 숨 이 모두가 성령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이렇게 성령은 하느님과 아들 예수님의 영으로써, 하느님과 예수님과 함께 천지 창조부터 시작하여 모든 활동을 함께 하시는 분이십니다. 구약의 수많은 예언자들의 활동도 모두 성령을 통하여 이루어진 것이며, 성경 또한 성령의 감도로 쓰여진 것입니다. 성자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실 수 있었던 것도 성령으로 말미암은 동정 잉태로 가능한 일이었으며, 예수님의 모든 말씀과 활동 또한 성령께서 함께 해 주시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나는 너희를 고아로 버려두지 않고 너희에게 다시 오겠다.”라고 약속하신 말씀도 바로 성령을 두고 하신 말씀입니다. 우리 안에 있는 성령 때문에 죽으시고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예수님께서 이제 영원히 우리 안에 계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사 때 이루어지는 빵과 포도주의 축성도 바로 성령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성령의 힘으로 미사 때 축성되는 빵과 포도주 안에 예수님은 살아 계십니다.

 

오늘 복음 마지막에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계명을 받아 지키는 이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께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나 자신을 드러내 보일 것이다.” 예수님의 계명을 받아 지키는 사람이 바로 예수님을 사랑하는 사람이며, 그 사람은 예수님도 사랑하시고, 그 사람에게 당신을 드러내 보일 것이라고 약속하십니다. 예수님의 계명은 오직 하나,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사랑은 성령과 마찬가지로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사랑하는 것도 성령의 힘으로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를 사랑하도록 이끌어 주시고, 우리 마음 안에 사랑을 불어넣어 주시는 분도 바로 성령이십니다. 성령은 바로 하느님의 영, 곧 사랑의 영이시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