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 감추신 ‘이것’은 바로 하느님 나라의 신비입니다. 예수님 시대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은 율법학자들, 사제들, 바리사이 같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율법을 가르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율법이 무엇입니까? 하느님께서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신 가르침과 계명들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법을 가르치는 똑똑한 사람들에게 오히려 하느님께서 당신 나라의 신비를 감추셨다는 말씀은 무슨 뜻일까요?

하느님께서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하나뿐인 아드님을 이 세상에 보내주셨습니다. 예수님을 통하여 하늘나라가 무엇인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분명하게 드러났지만, 율법학자들, 사제들, 바리사이들과 같이 똑똑한 사람들은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고 그분을 메시아로 받아들이지도 않았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환히 드러난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하느님 나라에 대해 가르치는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은 너무나도 엄청난 역설과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하느님께서 철부지들에게는 당신 나라의 신비를 드러내 보여주셨습니다. 철부지들은 예수님이 누구이신지를 알아본 사람들을 지칭합니다. 율법을 잘 몰랐던 평범한 민중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 세리와 창녀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알아보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바리사이나 율법학자들도 못 알아본 신비를 깨달을 수 있었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이들이 똑똑한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에 내가 잘 안다는 교만한 마음이 없었습니다. 그들의 가난함, 부족함, 미천함, 겸손함이 오히려 예수님의 가르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해주었고, 그로 인해 예수님이 누구이신지를 알고, 믿고, 따르게 된 것입니다.

이 역설적인 진리는 지금 이 세상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소위 똑똑하다는 사람들, 부유하다는 사람들은 하느님을 간절한 마음으로 찾지 않으며, 자신의 힘과 능력만으로 충분히 이 세상을 살아갑니다. 하느님을 그리 필요로 하지 않는 그들은 권력과 부와 명예와 같은 이 세상의 것들을 추구하며 살아갑니다. 반대로 가난하고 힘없고 작은 이들이 하느님을 찾고 그분께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그래서 하늘나라는 이들에게만 보여지고 열리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이 겸손한 마음을 당신께 배우면 안식을 얻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마태 11,29 참조) 성경의 그리스어 원문을 직역하면 ‘우리의 영혼을 통하여’ 안식을 얻을 것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우리 육체의 안식은 일을 하지 않고, 잠을 충분히 자고, 음식을 잘 먹으면 됩니다. 하지만 영혼의 안식은 우리가 누리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제시하신 영혼의 안식법은 바로 당신에게서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을 배우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워야 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뭔가를 배우고자 하는 마음은 이미 겸손함의 또 다른 표현입니다. 나는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배우려고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겸손해 지기 위해 끊임없이 예수님께 와서 그분을 보고 배워야 합니다. 그분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그 모든 것들이 바로 겸손함의 모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