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우리들 대부분이 신앙생활을 해오면서 익히 들었던 이야기이기에 이 비유의 내용이 무엇인지도 다들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씨’는 바로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주님께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우리가 어떻게 듣고 있는지에 대한 여러 가지 모습들을 비유로 이야기하고 계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비유를 제자들에게 직접 이렇게 풀이해 주셨습니다.

 “너희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새겨들어라. 누구든지 하늘 나라에 관한 말을 듣고 깨닫지 못하면, 악한 자가 와서 그 마음에 뿌려진 것을 빼앗아 간다. 길에 뿌려진 씨는 바로 그러한 사람이다. 돌밭에 뿌려진 씨는 이러한 사람이다. 그는 말씀을 들으면 곧 기쁘게 받는다. 그러나 그 사람 안에 뿌리가 없어서 오래 가지 못한다. 그래서 말씀 때문에 환난이나 박해가 일어나면 그는 곧 걸려 넘어지고 만다. 가시덤불 속에 뿌려진 씨는 이러한 사람이다. 그는 말씀을 듣기는 하지만,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이 그 말씀의 숨을 막아 버려 열매를 맺지 못한다. 좋은 땅에 뿌려진 씨는 이러한 사람이다. 그는 말씀을 듣고 깨닫는다. 그런 사람은 열매를 맺는데, 어떤 사람은 백 배, 어떤 사람은 예순 배, 어떤 사람은 서른 배를 낸다.”(마태 13,18-23)

 예수님의 이 설명에서 나는 어느 부류에 속하는지 스스로 생각해 봅시다. 나에게 하느님의 말씀은 어떤 의미가 있고, 나의 존재와 내 삶속에서 하느님의 말씀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돌아봅시다. 그러면 내가 진정한 신앙인으로 살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금방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말씀 없이, 정확히 말하면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들음과 깨달음 없이 우리는 결코 하느님을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로니모 성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경을 모르는 이는 권능도 그분의 지혜도 모르는 것입니다.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입니다”(「 이사야서 주해」 서문)

성인의 이 말씀을 조금 더 풀어보면, 신앙생활을 수 십 년을 하더라도 성경을 모르는 사람은 하느님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성경 안에 담겨 있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깨닫지 못한 채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 생활은 어찌 보면 신앙의 본질은 외면한 채 곁가지만 붙들고 사는 것과도 같습니다. 신앙생활에서 미사도 중요하고, 기도도 중요하고, 신심단체 활동도 중요하고, 교우들끼리의 친교도 중요하지만, 이 모든 것들에서 본질 즉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묵상하고, 깨닫고, 그분의 존재와 사랑을 아는 것이 빠져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신앙생활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신앙인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첫 번째 일은, 하느님의 말씀이 기록된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그 의미를 깨닫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남이 해준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신앙은 살아계신 하느님과 내가 인격적으로 만나고, 그 관계 안에서 주님을 조금씩 알아가고 사랑해 나가는 과정인데 이것은 오로지 본인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혼자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깨닫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것을 도와주기 위한 길잡이, 안내서의 책들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연학 요나 신부님의 「성경은 읽는 이와 함께 자란다」라는 책을 여러분들에게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2006 년에 나온 책인데 이미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을 것입니다. 좋은 책은 다시 읽어도 또 새롭게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분명 여러분들이 혼자서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깨닫는 데에 많은 도움을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