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늘 나라를 혼인 잔치에 비유해서 말씀하고 계십니다. 혼인 잔치를 베푼 임금은 하느님이십니다. 임금이신 하느님께서 보낸 종은 예언자들이고 초대받은 사람들은 이스라엘 백성을 의미합니다. 초대받은 사람들이 임금의 초대를 거절했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오셔서 하늘 나라의 복음을 전해주었지만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또 임금이 초대했지만 사람들이 ‘밭’으로 가고 ‘장사’하러 갔다는 것은 초대받은 사람들이 하늘 나라보다는 자신들의 일을 더 중요시하고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임금이신 하느님께서는 기존의 초대받은 사람들 외에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초대하십니다. 이것은 이제 이스라엘 백성을 넘어서서 세상 모든 사람들을 하느님 나라의 잔치에 초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놀랍게도 하느님의 이번 초대에는 선한 사람 악한 사람 할 것 없이 아무나 다 올 수 있습니다. 선한 사람에게나 악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햇볕을 비추어 주시고 비를 내려주시는 하느님의 한없는 사랑과 자비가 여기서 잘 드러납니다.

그런데 일반 혼인 잔치에도 마땅한 예복을 갖추어 입어야 하듯이 하느님 나라의 잔치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뜻을 충실히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조건이 따릅니다. 결혼식에 츄리닝을 입고 참석하는 사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느님 나라의 잔치에 참여하기 위해서도 마땅히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하고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예복’을 갖추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을 때 우리는 초대받았지만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것을 오늘 예수님께서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사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

하느님께서는 세상 모든 사람들을 당신의 나라로 초대하시지만 사람들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별 관심 없이 그저 자신의 일만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잔치에 초대를 받았지만 밭에 가고 장사하는 사람들과 똑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살과 피를 우리에게 아무 조건 없이 내어주시고자 매일 미사에 우리를 초대하지만 우리는 그 초대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오히려 세상일에 늘 더 마음을 쏟으며 살아갑니다. 어느 성인은 만약에 사람들이 정말 미사의 신비가 어떠한 것인지를 알았더라면 온 세상 모든 성당은 미사 때마다 앉을 자리가 없이 터져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부르고 계신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은총이며 놀라운 일인지 우리는 깊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리고 나는 과연 하느님의 부르심에 얼마나 충실히 응답하며 살고 있는지도 돌아봐야 합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부르심을 거절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또 미사에 오는 것도 하느님의 초대에 대한 충실한 응답으로서가 아니라 그저 습관적으로 아니면 나의 어떤 갈망을 채우기 위해서는 아닌지 우리의 마음을 돌아봐야 합니다. 이 돌아봄이 바로 내가 초대에 합당한 예복을 갖추었는지 아닌지를 식별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