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예수님의 가정생활에 대해서 거의 아는 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네 복음서 저자들이 예수님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 우리에게 전해주는 이야기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유일하게 루카 복음서 저자가 예수님의 소년 시절의 일화 하나를 우리에게 남겨주었습니다.(2,41-52 참조)

그 일화는 예수님의 가정생활이 어떠했는지를 알려주는 귀한 단서들을 우리에게 제공해줍니다. 먼저 예수님의 부모는 해마다 파스카 축제 때면 예루살렘으로 갔다고 전해줍니다. 구약 성경을 보면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파스카 축제와 오순절과 초막절의 축제를 지내라는 명령이 나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 3대 축제 때는 예루살렘 성전에 가서 하느님께 제사를 드리고 축제를 지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님의 부모가 하느님의 말씀을 충실히 지키며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일화에서 열두 살 소년 예수님은 자신을 찾았던 부모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부모는 몰랐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모든 부모는 자기 자식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렇게 모르고 있습니다. 열두 살이면 아직 어리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미 이렇게 부모의 생각과 아들 예수님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부모는 이 다름을 받아들였습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은 이것을 배워야 합니다. 내 아이가 나와는 생각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것을 받아들이지 못할 때 부모는 자녀에게 강요하게 되고 자녀는 부모에게 불순종하게 되며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됩니다. 이 사건에서 예수님의 부모와 예수님은 서로 상처를 주지 않았습니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부모는 예수님이 했던 말과 행동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수님을 나무라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습니다.(루카 2,51)

성가정의 열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서로의 입장을, 서로의 다른 생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헤아려보면 잘못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내 생각과는 다를 뿐입니다. 거기서부터 이해와 배려와 용서가 나올 수 있습니다. 자녀는 부모의 생각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이 아니며 부모의 소유물도 아닙니다. 자녀가 부모의 생각과 다르게 말하고 행동할 때 부모는 그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야 자녀도 부모에게 순종합니다. 내가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가족은 가장 깊은 사랑으로 결합되어 있는 공동체이지만 불행하게도 오늘날 많은 가족들이 서로를 원수처럼 여기며 살아갑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가족을 주신 것은 그 안에서 사랑을 배우라는 뜻입니다. 가족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그 사랑은 진실하지도 못합니다. 가족을 사랑하면서 우리는 사랑을 배워나가고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아갑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사실은 가장 사랑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가까이 있기 때문에, 함께 있는 시간이 그만큼 많기 때문에 부딪치게 되고 아픔과 상처를 주고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은 서로에게 선물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이 바로 가족입니다. 하느님이 나에게 주신 가장 소중한 선물이 바로 가족입니다. 함께 살아가는 것보다 더 큰 행복은 없습니다. 날마다 지지고 볶고 부딪치고 하더라도 함께 살아가는 그 안에 행복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것을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고 나의 눈으로만 가족을 바라보기 때문에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