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리스도 왕 대축일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 함께 매달린 죄수가 예수님을 모독하였지만, 다른 한명은 예수님께 자신을 기억해 달라고 청하여서 주님과 함께 하늘 나라에 같이 들어가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이번 휴가를 맞아서 한국에 계시는 어머님과 양산에 있는 통도사로 단풍구경을 가게 되었습니다. 양산 통도사는 1,400년 전인 신라시대에 자장 율사가 창건한 절입니다. 자장 율사가 기거하던 자장암 밑에 자신의 엄지손가락으로 작은 구멍을 만들어서 개구리보고 그곳을 지키라고 명하였다고 하여 금와 부처라는 이름이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그곳에 개구리가 다시 나타나자 많은 불자들이 금와 부처라고 부르며 개구리를 참배하고 있었습니다. 저의 어머님도 그 구멍 안의 개구리를 보시고는 “모든 것이 다 하느님의 것이시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불교나 천주교를 포함하여 모든 종교는 신념에서 나옵니다. 신념은 믿음을 통해서 얻게 되고 이러한 굳은 믿음은 신자들을 행동하게 해 줍니다.

개구리를 보고 절을 하는 것은 종교에 바탕이 된 신념과 믿음이 행동으로 나타난 결과입니다. 비신자 분들도 저희 천주교에서 성모상을 보고 절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돌과 플라스틱으로 만들 모형에 절을 하는 것을 보고 손가락 질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성모상을 보고 그 앞에서 신념과 믿음을 갖게 되며 그 믿음이 행동으로 나타나서 절을 하고, 그 행동이 다시 더 깊은 신념과 믿음을 가지게 하고 또 다른 깊은 행동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리스도가 우리의 왕이고 우리는 그리스도의 백성이라고 고백하면, 그 고백은 우리에게 믿음을 낳게 해줍니다. 그리스도의 방식과 질서는 돈, 권력, 힘으로 우리를 구원하러 오신 것이 아닙니다. 빵 5개와 생선 2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시는 기적을 보였을 때, 사람들은 자신들의 왕이 되어달라고 간청했지만, 그리스도께서는 그 자리를 뿌리치고 떠나십니다. 그리스도 하나님의 나라는 정의 보다는 사랑을, 출세보다는 봉사를, 권력보다는 평화를 추구하는 세상입니다.

주님께서 하늘나라에 가실 때 저를 기억해 달라는 죄수의 한마디 말로서 주님은 그 죄수를 하늘나라에 들게 해주시는 분입니다. 세상질서를 따르지 말고 하느님의 질서를 따르고 주님을 왕으로 모시는 우리가 되어야 겠습니다. 세상의 능력으로 우리를 바라보지 말고 주님이 바라시는 눈길로 우리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예수님 저희를 기억해 주십시오. 주님 저희는 부족하고 가진 것이 없고 자랑할 것이 없어서 나서지 못하고 뒤로 숨는 자입니다. 이러한 저희를 기억하여주시고 어루만져주셔서 하늘나라에 주님과 함께 들어갈 수 있게 힘과 용기를 주십시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