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제자가 눈먼 사람을 보고 누구의 잘못으로 그가 소경으로 태어났느냐고 물었습니다. 유다인은 병이 생기면 본인이나 조상이 잘못해서 병을 얻었다고 믿고 시편 51편 7절에도 “저는 죄 중에서 태어났고 허물 중에 제 어머니가 저를 배었습니다” 라고 적혀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주님께서는 그 눈먼 사람에게서 놀라운 일이 발생하는 것을 보여주시려고, 침으로 진흙을 개어서 그의 눈에 바르고 실로암에 가서 씻게 하여 눈을 뜨게 만드셨습니다. 그러자 바리사이파가 나타나서 안식일에 진흙을 손에 묻히고 치료행위를 한 것에 대해 트집을 잡고 소경의 부모를 문책하였습니다. 소경의 부모는 자식에게 책임을 회피하였지만, 소경은 당당하게 그 분은 하늘에서 오신분이라고 말하고, 주님에게는 “당신을 믿습니다.” 라고 고백하였습니다. 

오늘 말씀에서 우리는 소경의 마음으로 주님을 섬기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신학교 생활 중에 정신박약아 요양소에서 봉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정신은 멀쩡하지만 하체를 못쓰고 왜소증에 걸린 자매님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자매님은 기어 다니면서 정신장애자의 대소변을 받아내며 성직자 수련을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자매님이 말하길, 그 아이들은 아무 생각 없이 생활하지만 자신은 머리 속으로 정신장애자보다 죄를 더 많이 짓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자매님은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지 않고, 하느님을 더 사랑하지 못하고 죄를 짓는 자신을 참회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주위에 대한 원망, 증오, 분노로 많은 죄를 짓고 살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시길 “너희가 눈먼 사람이었으면 오히려 죄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너희가 ‘우리는 잘 본다.’ 하고 있으니 너희 죄는 그대로 남아있다.” 라고 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유대인은 예수님을 보고도 믿지 못하고 오히려 트집을 잡고 있습니다. 소경의 부모도 자기 자식의 눈이 떠졌지만, 유대인이 무서워 말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경은 앞은 보지 못했지만 육체의 눈과 함께 영혼의 눈도 떠졌습니다. 

맹인작가 이었던 헬렌 켈러는 “사흘만 눈을 뜨게 되었으면” 이라는 책에서 자신이 눈을 뜨게 되면 첫날은 자신을 가르쳐준 애니 설리번 선생님을 보고 마음속에 간직하고, 둘째 날에는 친구들과 산과 들로 놀러 나가 들꽃과 석양을 보고, 셋째 날에는 박물관을 보고 오페라하우스와 네온사인 찬란한 거리를 보고, 마지막 순간에는 사흘간 세상을 보게 해준 하느님께 감사 드리고 다시 영원한 암흑 속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가지고 있는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성령기도회에서 앞이 안 보이시는 나이 드신 신부님께서 말씀하시길, 젊고 눈이 밝을 때 성경책 한글자라도 더 보고 귀 밝을 때 하느님 말씀 한마디라도 더 들으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볼 것을 안보고 안볼 것을 보는 영혼의 소경이 되서는 안됩니다. 사순 기간 내내 눈을 뜨고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합니다. 눈먼 사람은 오히려 죄가 없습니다. 잘 본다고 생각하면서도 주님을 바로 보지 못하고 세상 것만 보는 저희가 주님과 함께 바라보고 실로암에 가서 눈을 씻고, 주님 앞에 서서 죄인이라고 고백하는 자가 되게 주님 도와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