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杯中蛇影-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여름이 무색할 정도로 더운 날씨를 기록하더니 단 며칠 사이에 가을이 단풍으로, 바람으로, 그리고 높은 하늘로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습니다. 이 좋은 계절에 여러분은 무슨 계획이 있으신지요? 여러분들께서 무슨 계획과 생각을 가지고 계시던지 영원히 다시 만나지 못할 2007년의 가을이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700여 년 전 중국 진나라에 악광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악광은 그 지혜가 높고 지식이 출중하며 또한 다른 사람 말에 귀를 기우릴 줄 아는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많은 유명 인사들이 그를 두고 “수경처럼 맑으며, 마치 구름이 걷힌 푸른 하늘을 보는 것 같다.” 평하였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하남의 태수로 있었을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오랜 친구를 집으로 초대하여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정을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술자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간 친구가 그만 병에 걸려 오랫동안 자리에 눕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 소리를 들은 악광은 당연히 걱정이 되어 친구를 찾아 갔습니다.

“여보게 이게 어찌된 일인가? 혹시 그 날 음식이 잘못 되었던가?”

“아닐세” 

“아니 그러면 행여 내가 자네에게 섭섭하게 하여 마음이 상하였던가?”

“그도 아닐세”

“그도 저도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자 그 친구가 머뭇거리며 이야기를 합니다. 
“실은 지난 번에 자네 집에서 술을 마시려는데 말일세. 그때 자네가 따라 준  술잔 속에 뱀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너무 놀랍기도 하고 이것이 무슨 일인가 겁도 나며 기분이 언짢았지만 그냥 마셨는데 그 뒤로 몸이 좋지를 않네. 아마도 그 뱀이 해꼬지를 하는 것 같으이”

그 말을 들은 악광은 참으로 괴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뱀이 술잔에 있을 까닭이 없으니 말입니다.

 악광은 집으로 돌아와 술을 마셨던 사랑채에 가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그 친구의 말이 무슨 뜻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그 친구를 집으로 불러 같은 장소에서 술을 마시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잔에 술을 따르고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잔속에 또 뱀이 보이나?” 그러자 그 친구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아아 그래 바로 이 놈이야 지난 번과 똑같이 또 술잔에 들어 앉았군”하고 겁에 질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악광은 “여보게 그 뱀은 바로 저기 있다네” 하며 벽을 가리켰습니다.

 그 벽에는 뿔로 만든 활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활에는 옻칠로 그려진 뱀이 있었습니다.

 즉, 벽에 걸린 활에 그려진 뱀이 불빛에 어려 잔속에 그림자를 드리웠던 것이었지요. 그 친구는 그 사실을 깨닫고 곧장 병이 나앗습니다.

 이 고사성어를 두고 ‘잔 배’ ‘가운데 중’ ‘뱀 사’ ‘그림자 영’을 써서 ‘배중사영’ 즉 잔속에 어린 뱀 그림자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말은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마음을 빼앗기는 것 즉 아무일도 아닌 것을 가지고 공공연히 걱정과 근심에 사로잡히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과 비슷하게 쓰이는 말입니다. 
저도 그런 경험을 자주 하는데 특히 운전 중에 경찰차를 보면 아무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마음이 서늘해지는 것과 비슷한 것이리라 생각됩니다.

 모든 것의 대부분은 마음에서 생깁니다. 모든 것의 결과는 마음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렇기에 마음에 평화를 품고 있으면 평화로운 결과가 나오고 마음에 독을 품고 있으면 독을 낳게 됩니다. 일체 유심조입니다. 그렇기에 어떤 이들은 “향을 싼 종이에서는 향내가 나고 생선을 싼 종이에서는 생선 비린내가 난다.” 라고 이야기를 하며 내가 내 안에 무엇을 싸고 있는가? 생각해 보라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지만 내 안에 무엇을 담고 있는지 우리는 늘 살펴보아야 합니다.

의심과 두려움 공포와 아픔 그리고 미움과 절망을 담고 있으면 우리는 좋은 것을 보고도 의심하고 두려워하고 절망하게 됩니다. 그러나 믿음과 기쁨 사랑과 인내 그리고 용서와 희망을 안고 있으면 우리는 나쁜 것을 보고도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아이고 힘들어 죽겠다. 사는 것이 너무 힘들다.” 하면 정말 사는 것이 힘들고 죽을 맛입니다. 그러나 고달프고 힘든 이민 생활이지만 삶을 사랑하고 “살만 하다!”고 소리치면 우리 인생은 사랑하고 살 만한 그 맛이 날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은 여러분의 잔속에 무엇을 담으십니까? 벽에 걸린 뱀 모양의 그림자를 담아 시련을 맞으시겠습니까? 아니면 용기와 힘을 담아 축배의 잔을 드시겠습니까?

이 가을의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이 여러분의 잔속에 한 가득 담기길 바랍니다. 어여쁜 단풍과 높은 하늘의 기상이 하나 가득 넘치도록 담기길 바랍니다.

자! 우리 인생을 위해 건배합시다.
"우리 삶을 위하여!"
"우리 모두의 성공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