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3일 월(루카21,1-4) 참된 봉헌이란?

로마에서 공부하고 있는 모든 교구사제들이 모인 가운데 대표신부님이 바쁘신 가운데도 아무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제단 대표를 2년 연속하고 계셨는데 올해는 총무나 서기도 없이 혼자서 일을 다 하시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좀 도와달라고 하면 모든 신부님들이 바쁘다고 하신다. 그러자 어느 미사에서 대표신부님이 이런 강론을 하셨다고 한다.

“우리는 모두 바쁩니다. 그러나 그렇게 바쁜 것은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주려고 할 때 먼저 나를 생각하게 된다. ‘나도 부족한데....’ 그러나 그 부족은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항상 부족하고 항상 더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부족하지만 나눌 줄 아는 사람이 온전한 사람이며, 주님 안에서 만족을 느끼며 살아가는 성인의 삶이리라. 마더 데레사는 넉넉한 가운데서 무엇을 준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 안에 줄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줄 것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오늘 복음에 과부도 마찬가지다. 동전 두 닢은 어쩌면 커피와 빵 한조각처럼 그 날 사먹을 수 있는 돈 전부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과부는 자신의 최소생계비까지 모두 주님께 봉헌하였다. 그것조차 주님께로부터 받은 것임을 고백하는 신앙행위였다. 내 자신을 잊고 온전히 내어주는 사랑이 참 봉헌이리라.

사제가 되었다는 것이, 수녀와 주교로 산다는 것이 봉헌이 아니다. 자신을 잊고 온전히 내어주는 삶! 내 시간마저도 상대방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헌신할 수 있는 삶! 시간과 생명마저 나의 취미생활마저도 온전히 내어놓을 수 있는 삶을 살려면 주님 사랑으로 충만해야 가능할 것이다.

주님 사랑으로 가득 차다면 아쉬울 것이 없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줄 것이 반드시 있게 마련인데, 내가 아직도 주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내 욕심으로 가득 찬 무엇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버려야만 과부의 헌금처럼 온전히 주님께 봉헌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