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성시간 묵상 < 세 그루의 나무 이야기 >

아주 먼 옛날, 요르단 계곡 옆에 세 그루 나무가 있었다.

어느 화창한 날, 세 그루 나무는 각자의 운명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나는 오래 전부터 예루살렘에 가서 하느님 성전의 제단이 되었으면 하는 꿈을 갖고 있단다. 그렇게 되면 나는 하느님께 봉사할 수 있을 텐테...

그리고 많은 사람이 성전을 찾아와 예배드릴 때 내 모습을 보며 나를 지으신 하느님이 얼마나 위대한 지 알 수 있을 텐데...”

이렇게 첫 번째 나무가 그의 소원을 말하였다.

“나는 너의 꿈과는 달라. 내가 원하는 꿈은 해변에 가서 큰 배를 만드는 목재기 되어 지중해를 오가는 사람들을 돕는 것이란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모험심을 심어주고 로마의 풍요로움을 이 땅에도 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두 번째 나무가 맞장구를 치자 세 번째 나무가 가지를 쳐들며 외치는 것이었다.

“나는 너희들 꿈과는 달리 여기에 그대로 남고 싶단다. 그러면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하늘로 뻗친 내 가지를 따라 하늘을 보고 하느님을 생각할거야,”

어느 날 드디어 첫 나무가 도끼에 찍혀 높은 꿈을 안고 언덕에서 내려갔다. 그러나 성전의 제단을 꿈꾸던 그 나무는 베틀레헴의 어린 집의 말구유가 되었다. 그리하여 나귀가 자기를 핥고, 비바람에 상하게 되자 그 나무는 수치심을 느끼며 한탄하였다.

“내가 겨우 낡아빠진 구유밖에 되지 못하다니!”

두 번째 나무는 베어져 자기가 원하는 배 만드는 공장으로 보내졌으나 꿈은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지중해를 오가는 큰 배는 커녕 갈릴리 호수의 고기잡이 배가 되어, 매일 비린내 나는 생선을 싣고 다니자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자기가 그렇게 무의미한 존재로 전락한 것에 대해 심한 수치심을 느꼈다.

세 번째 나무는 원하는 대로 그 언덕에 오랫동안 서 있었으나 결국에는 예루살렘으로 잘려나가 세 개의 십자가가 되었다.

그 나무는 자신이 죄인을 처형하는 십자가가 된 것이 너무 부끄러웠고 모든 희망을 상실한 현실이 너무 슬펐다.

작가 미상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의 후반을 우리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구유가 된 첫 나무는 소나 말의 여물을 담는데 쓰여져 비천하기 이를 대 없었지만, 어느 날 하늘에 큰 별이 나타난 그 밤에 그는 아기 예수님을 모시는 영광을 얻게 된 것이지요.

이어서 고깃배가 된 두 번째 나무도 어느 날 수많은 군중이 갈릴리 호숫가에 모여 왔을 때, 예수님께서 가르침을 들려주시는 수상제단이 되었던 것입니다. 또한 십자가가 된 세 번째 나무는 예수님께서 끝내 숨을 거두시는 구원의 십자가 나무로 쓰여졌습니다. 그리하여 이 세상의 어느 교회를 막론하고 그 나무 모습을 본 뜬 십자가를 걸어두는 데 그 나무는 수십억 그리스도인의 믿음과 희망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전혀 예기치 못했던 절망의 순간들을 자신으로 하여금 낡고 구태의연한 삶의 방식을 버리고 새롭게 시작되는 길목을 향해 활짝 열어 나갈 수 있는 순간으로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삶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될 수 있습니다.

운명과 위기가 기회가 되고, 아픔과 절망은 기쁨과 희망이 되며 무기력은 생명의 근원을 찾아 나서게 하는 새로운 시작이 되는 것입니다.

그 때 우리는 절망의 유혹을 떨쳐 버리고 죽어가는 씨를 보면서도 풍성한 나무의 열매를 기약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한 해를 시작하는 길목에서 우리는 우리가 처해 있는 환경과 처지를 비관하거나 불평하기보다 내가 지금 쓰임을 받고 있음에 감사드립시다. 세 그루 나무처럼 하느님과 이웃에게 유익함을 주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2010년 1월7일(첫 목요일)은 사제의 해에 따른 전대사가 부여됩니다. 많은 성당에서 성시간을 거행하오니 미사의 은혜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 매달 첫목요일에 미사참례를 하고 선행을 하며, 고해선사로 속죄하고 교황성하의 지향에 따라 기도를 바치면 전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