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 1학년 어린 시절 축일이라고 같이 공부하던 우리 반 수녀님께서 선물을 주셨습니다. 가을빛을 가득 머금고 있던 한 장의 감나무 잎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잎에는 “축하한다”는 말씀과 기도의 선물이 담겨 있었습니다. 

 아직도 그 감나무 잎은 기도서 어느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비록 그 빛은 무심히 흘러 온 세월만큼 퇴색하고 사그라져 있지만 여전히 고운 글씨와 사랑을 담은체로 기도서 한 구석 속 그곳이 마치도 영원히 제 자리인양 숨겨져 있습니다.

그렇게 감나무잎(사실 감나무 잎인지 아닌지는 정확히 모릅니다.) 한 장은 저에게 사랑이 되고 기쁨이 되고 추억이 되어 이 가을 제 마음을 춤추게 합니다.

 새 봄이 되고 새싹을 피우느라 나무들은 참 힘들었을 것입니다. 푸르른 녹색옷을 펼쳐 입고 새들도, 다람쥐도 모두 다 오라고 손짓하던 그 여름, 때론 여름비에 취해 노래도 불렀습니다.

그리고 이제 붉은 빛 타오르는 몸짓으로 세상을 향해 내려옵니다.

 붉은 단풍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저 단풍은 하느님을 찬양 하느라 붉게 타올랐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봄의 그 힘들었던 순간도 여름의 그 화려했던 날도 모두 모두 감사드리고 이제 고마움으로 감사함으로 그리고 사랑으로 붉게 타오르며 옷을 갈아입고 “하느님 잘 살았습니다. 지난 봄 여름 참 신나게 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하고 노래하는 단풍일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리하여 또 겨울 동안은 지난 한 해의 행복했던 추억과 시리게 아팠던 날들도 되살리며 새 봄의 희망을 꿈꾸며 세찬 바람속에 눈보라 속에 하느님께 기도 할 것입니다.

“또 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말입니다.

 얼굴이 붉어지도록, 온 몸이 붉어지도록 사랑하고 싶습니다. 부끄럽고 창피하여 붉어진 사랑이 아니라, 너무 고마워 너무 행복해, 너무 감사해 붉어진 단풍처럼 사랑하면 좋겠습니다.

그렇기에 이 가을은 사랑이 익어가고 감사가 익어가는 계절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가을엔 기도하게 하소서” 라고 이야기 했나 봅니다.

 어느 나무는 붉고 어느 나무는 노랗고 또 어떤 나무는 진분홍빛으로 물들어 갑니다. 그렇게 서로가 다른 모습으로 물들어 가는 것처럼 우리 삶도 서로 다른 빛으로 물들어 가지만 그 단풍들이 아름다운 것처럼 우리의 서로 다름도 가득한 감사의 모습으로 하나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책 속에 자리 잡아 우연히 펼쳤던 그 기쁨의 한 잎 단풍처럼 하느님께 잠시라도 기쁨 되는 이 가을이면 좋겠습니다. 

"하느님 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