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년이나 지난 이야기지만 작년 부산교구에서 인사발령이 난다는 소식을 듣고는 어떤 신부님께서 부임을 하시는가 참 궁금해하며 기다렸다. 그러다가 이차룡 바오로 신부님께서 오신다는 소문을 듣고는 또 바오로 신부님이 어떤 분이신가 궁금해서 여기 저기 웹사이트를 뒤지던 기억이 난다. 그중에 멀리서 날아서 온 소식중에 하나는 신부님 어머니께서 계시며 신부님께서 어머니를 끔직하게 생각하시는 분이라 미국에 오기가 참 힘드실 것이라는 것이었다. 나 역시 어머니를 한국에 두고 온 지라 그 마음이 어떨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드디어 신부님 오시는 날, 설레이는 맘으로 신부님을 뵈러 나갔다. 회장님 차를 타고 도착하셔서 인사를 드리고 짐을  사제관 2층으로 날랐다. 그 다지 크지 않은 여행 가방을 침대옆에 놓았는데 신부님께서 들어오시더니 가방부터 먼저 여신다. 옷가지나 정리하시려고 하시나 했더니 제일 먼저 나온 것이 어머님 사진이었다. 순간 참 마음이 찡해져 왔다.  그것이 나와 박 모니카 어머님과의 첫 만남이었다. 그 이후로는 신부님께서 어머님에 대한 말씀을 일절 하지 않으셨기에 소식을 들을 기회가 없었다.

그리고 일년이 지난 어느 날 그 어머니의 선종 소식을 들었다. 그렇게 어머니 생각에 끔찍하셨던 분이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도 보질 못하고 비행기 안에서 얼마나 속이 타셨을까? 생각하니 참 내 역시 가슴이 무너진다. 다음 날 미사 중에 분향을 하면서 어머님을 두번째 뵈었다. 

신부님께서 돌아오시고 그 다음 날 미사에서 강론을 통해서 처음으로 당신의 어머니에 대해 말씀을 들었다. 많이 배우지는 못하셨지만 장사를 하시면서 깨우치신 것을 자식들에게 말씀하셨다고. 당신께서는 물건을 사도 좋은 것을 고르지 않고 가장 나쁜 것을 고르신다고.  난 그분께서 하신 그 말씀 한마디가 며칠동안 내 귓가를 맴돌았다. 어쩌면 이제껏 들었던 어떤 좋은 강론, 좋은 글보다 더 내 마음에 와 박히는 말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 그 말씀은 어디서 들은 것도 배운 것도 아니고 그 분 평생의 삶에서 느끼고 체험하신 것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난 그 말씀에서 성모님의 따뜻함, 하늘 엄마의 그런 인자로움을 느꼈다.

지난 일년이란 시간동안 박 모니카 어머님을 사진으로만 두번을 뵈었고 두번을 그분에 대해서 들었다.  한번도 직접 뵌적도 없고 말씀을 들은 적도 없는 분이지만 그 분의 말씀을 통해 난 그분이 성모님을 닮은 분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난 어머니께서 사랑하는 아들 곁을 떠나가셨지만 천상에서 주님과 또 성모님과 함께 계시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신부님! 어머님 생각하면 많이 아프시고 힘드시겠지만 우리 이튼 타운 식구들을 생각하면서 힘을 내세요.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것 처럼 이쁜 사람보다 못 생기고 사고치고 다니는 문제아들도 많이사랑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