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주님께서 마지막 만찬 중에 들려주신 말씀의 일부입니다.
사도 요한은 네 복음서에서 유일하게
파스카 만찬이전에 있었던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일을 전하고
유다의 배신을 아신 주님께서 “산란”(12,21)했던 사실을 밝힙니다.
그리고 십자가 처형을 앞둔 주님의 마음이
다시 “산란”(요한 12,27)했던 것을 알려 줍니다.
그 마지막 밤,
주님께서는
세상에서 요동치듯 산란하고 복잡한 우리의 심중을
놓치지 않고 체험하셨기에
땅에서 주는 마지막 당부가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14,1)
단도리를 시키셨던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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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중요합니다.
중요할 뿐 아니라 매우 소중합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그 한계가 “예수님처럼 자기 목숨을 내어놓는”일이라니
정말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인간이 하느님께 도달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때문에 주님께서는
언제나 사랑을 말씀하시고 보여주고 가르치고
사랑할 것을 명하시는 것이지요.
인간을 인간답게 살아가게 하는 필수요건은
사랑뿐이라는 뜻입니다.
오늘 복음과 독서가 사랑에 집중된 것을 보며
‘사랑의 특강’을 준비하신 주님의 심정을 엿봅니다.
매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배우고 다짐하면서도
하나도 사용하지 않는 우리,
전혀 변화되지 않는 그리스도인들의 배짱 탓에
자꾸만 특강을 마련하시는 것이라 생각하니,
많이 죄송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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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500만 명의 교우가 있습니다.
적어도 100만 가정에서 주님을 모신 것이라 짐작됩니다.
우리가 모두 하느님의 생각을 알고
그분처럼 사랑하고 살아간다면
하느님처럼 생각하고 하느님의 관점에서 사랑한다면
세상은 변화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를 원하고 믿고 기대하십니다.
주님께서 거듭 사랑을 가르치고
사랑을 일깨우는 까닭은
사랑도
배우고 연습하고 훈련될 때에 한결 나아진다는 사실을
말씀하는 것이라 짐작해 봅니다.
사랑을 공부한 오늘
이제는 세상이 허접하고 시시하다고 함부로 말하지 않으시겠지요.
세상은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너무나 귀한 곳인 까닭입니다.
또 세상의 허다한 문제들은
거의 사랑의 결핍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날보다 끔찍해졌다고
무시무시하고
교활해졌다고 흉을 보는 일은
우리의 몫이 아닙니다.
이는 모두 그분처럼 사랑하며 살아야 할 우리들이
사랑에 옹색하고 사랑에 소홀한 탓일 뿐이니까요.
그분의 사랑은
서로 사랑하는 그리스도인들을 통해서
세상에 보여 집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처럼 사랑함으로
그분을 보여주고 느끼게 하고 전해야하는 사람들입니다.
먼저 우리를 사랑하신 그분,
당신의 목숨을 내어 준 그분처럼 사랑해야하는
분명한 이유입니다.
그리스도인 때문에
세상이 변화되고
그리스도인 덕분에
세상이 달라지기 원하시는 그분의 뜻은
꼭 이루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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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의 이끄심은
피할 수 없을 만큼 강하고 확실합니다.
그날, 코르넬리우스가 천사를 만났던
‘오후 세시’의 체험도
뱃속이 출출했던 베드로 사도가 겪은 ‘정오’의 표징도
놀라운 신비입니다.
그럼에도 성령께서는
“시몬을 데려오게 하여라”고 이를 뿐
그를 통해서 일어 날 일에는 함구하십니다.
베드로 사도에게 “함께 가라”하셨을 뿐,
가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조차 알려주지 않으십니다.
때문에
천사가 일러준 말대로 따른
코르넬리우스의 믿음이 돋보이고
성령의 지시에만 의지했던
베드로 사도의 자세가 놀랍습니다.
때문에
아무 이의 없이 하느님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베드로 사도의 모습에 주목하게 됩니다.
얼마나 황망하게 따라 나섰으면
오히려 코르넬리우스에게
“무엇 때문에 불렀는지를 묻고”있으니 오죽한 일인지요.
주님의 약속,
주님의 명령에
언제나 왜라고 묻고,
어떻게 라고 따지고,
무엇 때문에 라고 의아해하는 우리와 너무너무 달라서
신기할 지경입니다.
그 뿐인가요?
말씀대로 하면 어떤 결과를 얻을 것인지까지
꼼꼼히
세밀히 알아내고 싶어 안달하는 우리들이지요.
묻고 따지는 걸 신앙심으로 여기고
자기 확신을 응답이라 주장하는 일은 또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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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부르심에 조차
우리의 생각과 여건과 처지를 계산하기에 바쁜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호소를 듣습니다.
인간의 생각으로 따져서 이익이 될 때에만
은혜라 생각하는 일도
세상의 것에서 남는 일이 있을 때에만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를 향한 일깨움이라 믿습니다.
그날 아무것도 모른 채
이방인의 집에 들어섰던 베드로 사도는
다만 복음의 핵심을 전했습니다.
그분께서 가장 원하시는
바로 그 말씀이었던 까닭에
아무도 예기치 못했던 성령께서 내리신 것을 믿습니다.
내 생각이 아니라
그분의 뜻을 따라갈 때
수없이 많은 “깜짝 놀랄”일을 체험하는 것,
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의 재미이고 기쁨입니다.
계산 없이
대책 없이
주님의 말씀을 따름으로 얻을 수 있는 이 행복을
꼭 체험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