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는 마음으로 시작된 신앙이기에 성당만 열심히 다니면 된다고 생각하고 주일미사를 열심히 다니던 중 어느 신자가 묻는 본명이 무어냐는 물음에 엉뚱한 대답을 한 후 교리 공부가 필요함을 깨닫고 교리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수녀님의 강의가 한창이던 화창한 날씨에 식곤증을 억지로 참고 있는데 한 40 대 중반의 남학생이 질문을 합니다. “수녀님은 성령으로 임신이 가능하다고 생각 하십니까?” 짧은 순간이었지만 귀까지 빨개진 수녀님은 살며시 웃으시며 “성경에 있는 대로 그렇게 알고 있는데 아닌가요?” 라고 답하시며 아이들은 순수해서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지만 어른들은 그렇지가 못한 것 같다며 하느님 말씀은 그냥 그대로 믿으라고 하셨습니다. 그 후 성경을 볼 때마다 그때 영향으로 정말일까? 가능할까? 라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약한 버릇이 생겼습니다. 나름대로 이 시기에는 성경을 멀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진단과 함께 책꽂이에 장식용으로 보관하게 되었습니다.

      6개월 동안의 교리반 과정에서 공부한 내용은 거의 생각나지 않지만 그 인연으로 만난 베리따스 수녀님은 제 신앙이 자리 잡는데 많은 도움을 주신 분입니다. 지금은 한국으로 가셨지만 계시는 동안 우리 들의 수다를 즐겨 들어 주셨습니다. 아줌마들의 대화는 주로 남편 흉과 자식 자랑이란 걸 아신다며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고 그런 수다 끝에 성경의 한 구절을 응용하여 마무리 해주시기도 하고 아침 묵상 시간에 읽은 좋은 글귀나 기도문을 전해 주시곤 하셨습니다. 언젠가 평일 미사 후 수녀님께 시작된 하소연이 끝없이 이어지던 날 수녀님은 안타까워 하시며 “지금 이럴 때 성경을 읽어야 한다고 말하면 수녀답다고 하겠지요?  학생이 공부하다가 잘 모르면 참고서도 보고 그래도 잘 모르면 뒷면에 있는 정답을 보듯이 우리 신자들의 참고서는 성경인데, 사람마다 정답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알려줄 수 없다는 게 흠이지만…  구약이 어려우면 신약부터 읽어 보세요.” 하셨습니다. 그땐 그냥 “예” 하고 흘려 들었고 성경을 가까이 하지 못했습니다.

       얼마 후 이곳으로 이사 오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 하느라 나름대로 바쁜 생활을 하다가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고 그때 교리반 동기 모임 연락을 받았습니다. 생활에 지친 마음에 망설이다가 참석한 그곳에서 한 사람이 전에 그렇게 재미없고 지루하기만 하던 성경이 본인이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지푸라기라고 잡는 심정으로 읽기 시작 했는데 가슴을 파고 들어 밤새워 가며 읽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이 돌아 오는 길에 자꾸 머리에서 맴돌면서 “나도 한번 읽어 볼까? “ 라는 동기를 부여했고 그날 저녁부터 성경을 읽으며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들과 함께 묵주기도를 했습니다. 뜻도 모르면서 웅얼거리는 아이들을 보며 새로운 희망으로 가슴이 벅차 올랐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신부님이 숙제로 나누어 주신 성경 읽기 표를 색칠하며 남들보다 먼저 시작한 뿌듯함과 내 의지가 약해질까 봐 도와 주시려나 보다 라는 생각에 열심히 읽었습니다.

        그러던 중 같은 시련이 반복되는 것에 희망이 사라져 버리면서 주일 미사를 위한 성당으로 가는 발걸음 조차 한없이 무거워졌습니다. 별별 생각을 다하며 도착한 성당에서 입당성가로 사제를 맞이하자는 해설자의 소리에 아무 생각 없이 일어나 첫 소절을 부르는 순가 목이 메어와 끝까지 부를 수가 없었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행복한 자입니다. 하느님 나라가 그들의 것이 됩니다. 굶주리는 사람은 배부르게 되고 지금 우는 사람은 웃게 될 것입니다…” 언젠가 수녀님께서 말씀하신 정답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마태복음은 여러 번 읽었는데 오늘 처음 보는 것처럼 생소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따라 신부님이 강론대신 보여주신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내 설움과 함께 흘린 눈물로 가슴이 시원해지며 마음의 평화를 느꼈습니다. 집에 와 다시 읽어본 마태복음 5장의 산상교훈을 시작으로 세상의 소금, 세상의 빛, 성내지 마라, 이혼 하지 마라, 맹세 하지 마라, 보복하지 마라, 원수를 사랑하여라 등의 말씀은 나를 돌아볼 수 있었고 6장의 자선에 대한 가르침, 기도에 대한 가르침, 주의기도, 눈은 몸의 등불 등의 말씀을 통하여 나의 신앙을 돌아 볼 수 있었으며 이것을 계기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성서는 저에게 새로운 믿음과 지혜를 알려주는 좋은 참고서가 되었습니다. 아직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과 무슨 내용인지 조차 파악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지루하기도 하지만 잠이 오지 않거나 읽을 책 없나 하는 생각이 들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책이 되었습니다.

  성경을 끝까지 읽어나가기에는 앞으로도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천주교 신자로서 성경을 읽지 않고서는 그 어떤 것도 나의 빈 가슴을 채워줄 수 없다는 것을 수녀님의 말씀과 신부님의 강론을 통하여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어떤 시련이 닥치더라도 주님만을 믿고 의지하며 성경말씀을 따라서 살겠다고 다짐하며 이번 기회에 성경을 끝까지 통독하겠다고 굳게 맹세해 봅니다.

       신앙 생활 중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들여 다 보는 요한 복음 15장 1-17 말씀 중에 있는 구절을 시작으로 오늘도 성서를 펼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