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기에 다가와 조언하는 누군가로부터 우리가 힘을 내게 되는 이유는 ‘합당한 이성’ 때문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응원할 때에는 먼저 ‘온유와 겸손’이 필요합니다. 온유가 없으면 다가서는 사람이 없고 겸손이 없으면 사람들은 금세 그를 알아보고 싫증을 내기 시작합니다.
만일 예수님이 ‘정의’만을 부르짖었다면 과격분자들의 지지를 받았겠지만 적지 않은 이들은 아예 섣불리 다가서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또 예수님이 하느님의 자리에 그대로 있었더라면 그 누구도 함부로 거기에 다가서려고 하지 못했겠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가장 온유한 모습을 드러내시고 가장 겸손한 모습을 드러내신 것입니다. 우리가 그분에게 다가가서 그분과 함께 드높이 올라갈 수 있게 말이지요.
하지만 예수님이 마냥 온유하고 겸손하기만 하신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은 ‘멍에’를 들고 계십니다. 우리에게 지울 짐을 들고 계시지요. 하지만 사실 이 예수님의 짐이라는 것은 세상이 지우려는 그 멍에와 짐에 비하면 가볍고 편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세상은 자신의 그 음흉한 미소를 숨기고 사탕발림으로 우리를 속여서 우리가 스스로는 절대로 헤어나올 수 없는 짐을 지우려고 하지요.
어느 순간인가 삶을 돌아보면 우리는 세상의 짐에 온전히 갇혀 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너무 늦게 깨닫게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세상 야욕에 사로잡혀 한 걸음만 더 가면 다 이룰 수 있고 그 뒤에 편히 쉬리라는 생각만큼 위험한 것은 없습니다. 그것이야말로 바로 가장 큰 악마의 유혹입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239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름으로써 신앙의 언어는 주로 두 가지 측면을 가리킨다. 먼저 하느님께서는 만물의 근원이시고 초월적인 권위를 지니셨으며 동시에 당신의 모든 자녀를 자비와 사랑으로 보살피신다는 점이다. 하느님의 부성은 또한 모성의 모습으로 표현될 수도 있는데 이는 하느님의 내재성 그리고 하느님과 당신 피조물 사이의 친밀성에 더 주목하여 가리키는 것이다. 이처럼 신앙의 언어도 부모들에 대한 인간적 경험에서 도움을 얻는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은 인간인 부모들이 그릇될 수도 있으며 부성과 모성의 모습을 왜곡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성별을 초월하신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분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하느님이시다. 그분은 인간적인 부성과 모성의 근원이며 척도이시면서도 이를 초월하신다. 아무도 하느님 ‘아버지’와 같은 아버지일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