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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아픈 것이 무엇일까?” 제가 본과 1학년 때 어느 해부학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협심증 때의 흉통, 출산의 고통, 손가락을 자를 때 등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선생님의 정답은 “자기가 아픈 것이 제일 아픈 거야” 하는 넌센스 퀴즈 같은 답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통증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자기가 아플 때 가장 아픕니다. 하지만 통증은 또 학습의 결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오늘날 만성 통증이 생기는 중요한 기전으로 학습기전을 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학습을 통하여 중요한 정보들을 기억합니다. 마찬가지로 강력한 통증 정보는 신경계의 하부구조인 척수 수준에서 이미 통증정보를 처리하는 신경회로망에 각인이 되어 다음에는 처음보다 덜한 통증자극이 오더라도 강력하게 반응하여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한 번 허리를 다치면 그 다음에는 크게 다치지 않아도 허리가 아픈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즉 환자의 엄살이 아니라 척수에서의 신경회로망에 변화가 있어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큰 수술을 할 때 전신마취를 하여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수술할 부위에 다시 국소마취를 추가하여 통증정보가 척수로 올라가 기억되는 것 자체를 차단하면 수술 후 통증이 줄어들고 입원기간도 짧아집니다. 선진국에서는 일상적으로 시행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의사나 환자나 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또 보험처리도 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학습에 의하여 통증이 조절된다는 것은 우리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됩니다. 더구나 통증은 주관적인 요소가 크기 때문에 신체적 고통이 아니라 정신적 고통이라도 우리가 다른 사람의 아픔을 학습에 의하여 공감하면, 그들의 아픔을 우리의 아픔으로 느낄 수 있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위로해 줄 수 있습니다. 어릴 때 어머니가 다치셔서 몹시 고통스러워하고 계셨는데 학교에서 돌아온 제가 가방을 던져 놓고 “엄마 밥 줘!” 하였더니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시며 더욱 고통스러워하시던 것이 생각납니다. 그 때 “엄마, 많이 아파?”하고 물었더라면 어머니의 고통이 줄어들었을 텐데 하는 자책을 합니다.
아마도 이 점은 모든 피조물 중에서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고통을 나누는 것은 바로 하느님의 본성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고통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당할 고통 때문에 고통스러워하셨습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 바로 예수님이 가르쳐 주시고 보여 주신 ‘길’입니다.
김전 사도요한 교수·이주노동자 무료진료소 라파엘클리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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