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간사한 것이라서 조금만 신경을 쓰지 않아도 금세 길을 벗어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러고보면 우리는 단순히 우리 자신의 힘만으로는 올바로 걸어갈 수 없는 존재가 분명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절대적으로 하느님의 도움이 필요하건만 교만한 우리는 어떻게든 우리의 능력으로 버티고 버텨 보려다가 결국에는 하느님에게 매달리게 된다. 우리의 이러한 현실을 미리 알고 미리 의탁했더라면 칭찬 받았을 것을 모든 수단이 사라지고 난 뒤에 어쩔 수 없이 매달리게 되는 그때에 과연 우리의 주님은 무엇이라 대답하실 것인가? 많은 이들은 ‘그래도 하느님이니까 무조건 착하고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이다. 하느님은 그러실 것이다. 하지만 그 날에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를 떨어뜨려 놓을 것은 하느님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들이 될 것이다. 우리의 교만한 마음이 마지막 순간까지 다가오는 하느님의 도움을 저버리게 될 것이다. 지금의 우리의 짧은 생각으로는 이 현실은 이해하기 힘들 수 밖에 없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239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름으로써 신앙의 언어는 주로 두 가지 측면을 가리킨다. 먼저 하느님께서는 만물의 근원이시고 초월적인 권위를 지니셨으며 동시에 당신의 모든 자녀를 자비와 사랑으로 보살피신다는 점이다. 하느님의 부성은 또한 모성의 모습으로 표현될 수도 있는데 이는 하느님의 내재성 그리고 하느님과 당신 피조물 사이의 친밀성에 더 주목하여 가리키는 것이다. 이처럼 신앙의 언어도 부모들에 대한 인간적 경험에서 도움을 얻는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은 인간인 부모들이 그릇될 수도 있으며 부성과 모성의 모습을 왜곡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성별을 초월하신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분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하느님이시다. 그분은 인간적인 부성과 모성의 근원이며 척도이시면서도 이를 초월하신다. 아무도 하느님 ‘아버지’와 같은 아버지일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