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사고로 아이를 잃고 그 사실을 숨기며 지내는 자매에게 누군가 인사 치레로 무심코 ‘아이는 잘 지내요?’라고 물으면 그 자매는 마음이 아플 것입니다. 아이를 잃은 아픔이 상기될 것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런 인사를 건네는 사람을 미워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가 무심코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아주 못된 말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상대의 어두움이나 약점을 일부러 공격하려는 사람들이지요. 예컨대 앞서의 예에서 그 자매의 상황을 알게 된 누군가가 일부러 ‘자식도 잃은 주제에…’라는 식의 말을 빈정댄다면 그 자매는 자신의 아픔 때문에도 마음이 아프겠지만 그 상대의 나쁜 의도 때문에도 마음이 아플 것입니다.
우리가 내뱉는 말을 조심해야 합니다. 거기에 어떤 의도가 담겨 있는지를 잘 살펴야 합니다. 하지만 아주 습관적으로 그런 류의 말을 내뱉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미 자신의 의도를 분별하기도 전에 이미 어두움에 사로 잡혀 있는 사람이지요.
큰 의미 없이 정보만을 담은 말이 있고, 단순히 서로를 축복해주는 말이 있는 가 하면 아주 교묘하게 글쓴이를 공격하는 말도 있습니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선한 의도를 무너뜨리려는 말도 있지요. 아주 가끔씩 그런 이들을 마주할 때면 가슴이 저려 오곤 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지도 못하는 이들이기 때문이지요.
가톨릭 교회 교리서
239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름으로써 신앙의 언어는 주로 두 가지 측면을 가리킨다. 먼저 하느님께서는 만물의 근원이시고 초월적인 권위를 지니셨으며 동시에 당신의 모든 자녀를 자비와 사랑으로 보살피신다는 점이다. 하느님의 부성은 또한 모성의 모습으로 표현될 수도 있는데 이는 하느님의 내재성 그리고 하느님과 당신 피조물 사이의 친밀성에 더 주목하여 가리키는 것이다. 이처럼 신앙의 언어도 부모들에 대한 인간적 경험에서 도움을 얻는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은 인간인 부모들이 그릇될 수도 있으며 부성과 모성의 모습을 왜곡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성별을 초월하신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분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하느님이시다. 그분은 인간적인 부성과 모성의 근원이며 척도이시면서도 이를 초월하신다. 아무도 하느님 ‘아버지’와 같은 아버지일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