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과 사도들
오늘은 성 시몬과 성 유다(타대오) 사도 축일입니다. ‘사도使徒’를 문자적으로 해석하면 따르고 좇는 무리를 가리킵니다. 그런데 예수님 시대 초기에는 그분을 따르던 사람들의 무리를 ‘사도’라 하지 않고 ‘제자들’이라고 불렀습니다. ‘사도’는 예수님께서 당신의 가르침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 ‘따르는 자들의 무리’ 중에서 특별히 선택한 이들에게 부여된 칭호였습니다. 그러니까 ‘사도’가 단순히 ‘따르는 자’만을 뜻하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사도’의 어원은 ‘파견하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동사 ‘아포스텔로apostello’에 있습니다. 즉, ‘파견된 자’를 의미합니다. 또한, 우리가 매일 거행하는 ‘미사’의 어원도 ‘파견하다’는 뜻의 라틴어 동사 ‘미테레mittere’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하자는 선포로써 우리는 매 순간 ‘파견된 자’가 됩니다. 이렇게 볼 때, 우리가 예수님을 따르려고 모였다고만 해서 ‘사도들’이라 불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그저 모인 이들의 한 ‘무리’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라고 할 때, 모여 있기만 한다면 그저 ‘한패’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미사를 통해 복음선포의 사명을 실천하고, 세상에서 그분 가르침대로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할 때야 비로소 ‘사도들’이라 불릴 수 있을 것입니다.

김정일 신부(의정부교구 신앙교육원) |
생활성서 2016년 10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