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리오Macario il Grande에 의하면 우리한테는 볼 수 있는 사슬과 볼 수 없는 사슬이 있다. 비록 볼 수 있는 사슬에서 우리 자신을 해방할 수 있다 해도 우리는 여전히 노예상태에 있을 수 있다. 가장 벗어나기 어려운 볼 수 없는 사슬은 어떤 것인가? 영적 저자들 대부분은 자신의 사고방식에서 해방되기가 가장 어렵다고들 한다.

사실 우리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와줄 채비가 되어 있는 대단히 너그러운 사람들은 흔히 만날 수 있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열린 마음, 곧 진실한 종교적 심성을 가진 사람들은 만나기가 어렵다. 우리는 그리스도교의 종교적 가치를 줄줄이 꿰거나 엄격히 교리에 따라 생각하거나 하느님의 말씀, 교회 회칙, 문헌 등을 연속적으로 인용하며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들어 우리가 사물을 바라보는 자신의 사고방식에서 실제로 해방되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자신의 사고방식에 매여 있다는 것은, 아무리 고상해 보여도 근본적으로는 관능적이고 무절제한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사고방식은 어떤 사소한 논점을 고수하기 위해 거창한 지적 체계를 동원할 수도 있다. 그 논점이 실제로 핵심이 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바라는 것을 고수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그것은 자신의 뜻에 대한 관능적 열정, 곧 자신의 사고방식을 관능적인 것으로 만드는 일방적 주장으로서의 자기애自己愛와 관련이 있다.

마르코 이반 루프니크, 식별, 오영민역, 바오로딸(2011), p.235-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