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강론은 뭘하나?” 하고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보좌 신부로 살아갈 때였지요. 성경을 읽고 열심히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해야 할 말을 억지로 찾았습니다. 열과 성을 들여서 쓴 강론이긴 하지만, 거기에는 절실함이 없었습니다. 정말 내가 이 강론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빛을 전하겠다는 의지가 없었지요. 다만 다가온 과업의 시간을 어떻게든 때우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제가 다른 점이 있었다면 ‘꾸준함’이었습니다. 저는 평일미사 강론을 꾸준히 썼습니다. 주임 신부님이 읽으라는 교지가 있어서 그것을 대신 읽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저는 정말 꾸준히 강론을 썼습니다. 그렇게 3년을 하니까 제 나름의 강론의 틀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 앞에 서는 두려움이 없어진 셈이지요.
지금은 사람들을 봅니다. 그들이 겪고 있을 시련과 어려운 점을 바라보지요. 그러면 ‘해 주고 싶은 말’이 생겨납니다. 슬픈 이에게는 위로를, 절망한 이에게는 격려를, 기쁜 이에게는 축하를, 죄책감에 시달리는 이에게는 하느님의 자비를 전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다만 힘든 점은 강론대에 서서 마주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다양하다는 데에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도움이 절실한 이들을 떠올리면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예수님이 아흔 아홉마리의 양을 두고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아 떠나는 심정으로 사람들을 마주하고 강론하면 됩니다. 강론대에서 마주하게 되는 그 잃어버린 양은 신앙을 상실한 신앙인들, 가슴이 메말라버린 신앙인들이지요.
다시 주일이 다가옵니다. 복음을 읽고 강론을 준비해야겠지요.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두려움이기보다는 오히려 설렘과 기쁨으로 다가옵니다. 축 처져 있던 이가 제가 하는 한 마디의 말에 힘을 얻고 꺼져가는 영혼의 심지를 불사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