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빨리 나으세요”

환자들을 안아주는 의사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유방센터 정상설(미카엘, 57) 교수. 그는 ‘사랑합니다. 빨리 나으세요’라고 속으로 되뇌며 20년째 환자들을 안아주고 있다.

“암과 싸운다는 것, 그거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외롭고 힘든 길이죠. 이럴 때 의사나 가족들이 사랑으로 안아주면 좋다는 항암제 보다 더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안아주기’는 몸과 몸의 결합만이 아닙니다. 마음과 마음의 전달입니다”

특히 육체의 병뿐만 아니라 가슴을 도려낸 마음의 상처를 입은 유방암 환자들에게 가만히 안아 다독이는 것은 특효약 이상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정교수의 ‘안아주기’는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유학생이었던 그에게 세상은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외로움과 고독의 공간이었다. 어느 날 병원에서 길을 잃고 당황하던 그에게 한 흑인 간호사가 다가왔고,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자그마한 동양인 유학생 의사를 따뜻하게 안아줬다.

정교수는 “낯선 외국인 간호사에게 안겨있던 그 짧은 찰나 동안 신기하게도 마음이 안정됐다”며 “그녀가 준 ‘당신은 할 수 있어’라는 무언의 격려에 다시 자신감과 용기를 얻어 학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그때의 감동을 잊지 못해 자신에게 수술 받은 환자와 외래 환자들을 안아주기 시작했다.

‘남우세스럽다’며 부담스러워하는 환자들도 있었지만, 곧 정교수의 진심을 알게 된 그들이 먼저 다가와 안기는 등 큰 호응을 보였다. 한 환자는 정교수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내와 “선생님이 안아주셔서 큰 용기를 얻고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고, 어느 남편은 “제 아내를 안아주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제가 뭐가 부족했는지 깨달았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정교수는 지난 7월부터 강남성모병원 내에서 ‘하루에 한 번 사랑하는 가족을 안아주세요’라는 안아주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의사 혼자 보다는 간호사, 교직원, 보호자 등 모두가 동참하면 훨씬 효과가 클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유방센터에서 치료받은 환자들로 구성된 ‘가유회’ 회원들도 ‘안아주기’의 효험에 대해 설명하며 환자들을 직접 다독이는데 나서고 있다. ‘가유회’는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유방암 관련 환우회로, 회원 400여 명이 돌아가며 자발적으로 유방 질환자들의 고충도 들어주고 격려도 해준다.

정 교수는 “작은 물방울 두 개가 만나면 커다란 하나의 물방울을 이루듯 ‘안아주기’는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큰 힘을 갖고 있다”며 “안아주기 운동을 통해 우리가 속한 가톨릭교회 병원 공동체를 더욱 사랑이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곽승한 기자 paulo@catholictimes.org
기사입력일 : 2007-11-04
http://www.catholictimes.org/news/news_view.cath?seq=39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