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삼위일체라는 말은 우리가 믿고 있는 하느님이 성부, 성자, 성령 하느님으로서, 세 분이 각각 고유한 존재이시지만 같은 하느님이라는 신앙 고백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어려운 신앙 고백을 하는 근거는 성경 말씀 때문입니다. 성경을 보면, 하느님 아버지와 아들 예수님과 두 분의 영이신 성령께서 어떤 분이신지, 어떤 활동을 하시는지가 분명히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성경에 나오지 않는 ‘삼위일체’라는 말을 써서 세 분 하느님이 같은 하느님이심을 고백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을 창조하실 때 당신의 모습을 닮도록 창조하셨습니다. 여기서 당신의 모습은 어떤 외적인 모습이 아니라 삼위일체 하느님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적인 모습을 말합니다. 그 내적인 모습은 바로 사랑입니다. 세 분 하느님이 한 분 하느님이 될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으로만 이해가 가능합니다. 사랑은 나와 다른 사람들을 하나가 되게 하는 신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할 때 그 사랑으로 서로 하나가 됩니다. 이것은 부부만이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똑같은 것입니다.

하느님은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께서 사랑으로 하나이신 것처럼 우리도 서로 사랑하여 하나가 되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 안에 똑같은 사랑을 심어 놓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다 사랑하고 싶어 하고 사랑받고 싶어 합니다. 사랑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사랑하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할 때 우리는 더 이상 살아갈 이유와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을 하려고 할 때 굉장한 어려움을 발견합니다. 사랑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 것입니다. 사랑을 마음껏 주고 싶은 사람도 있지만, 전혀 사랑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나와 아주 가까운 관계 안에 있는 것입니다. 그 사람들을 사랑하려면 나에게 굉장한 희생과 인내와 고통이 요구되기에 우리는 쉽게 마음의 문을 닫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을 대합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제각기 고유합니다. 처음부터 서로 성격이 맞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우리는 함께 살면 살아갈수록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각자의 고유한 모습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우리들 안에 유일한 공통분모가 있다면 그것은 오직 사랑입니다. 사랑은 우리의 서로 다른 그 모든 것들을 포용하며 우리를 하나 되게 하는 놀라운 힘입니다.

 이 놀라운 사랑을 우리는 삼위일체 하느님으로부터 받았습니다. 그분들의 사랑이 우리들 안에 있습니다. 우리는 그 사랑으로 다른 사람들을 사랑할 수도 있고,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 모두가 서로 사랑하기를 원하십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세상을 떠나시면서 마지막 계명으로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할 때 우리는 하느님의 모습을 닮아 온전히 하느님의 창조 목적대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 시대와 우리들은 이 사랑을 회복해야 합니다. 서로 사랑하지 못하고, 서로를 미워하고, 서로를 죽이고, 서로에게 무관심한 우리들이 꼭 다시 찾아야 하는 것이 사랑입니다. 우리가 이 사랑을 되찾지 못한다면 우리와 세상은 계속 하느님의 창조 목적에 맞지 않는 모습으로 변해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 끝은 결국 모두의 멸망입니다. 오늘 삼위일체 대축일을 맞아 사랑의 원천이신 삼위일체 하느님께 우리 모두가 하느님이 심어주신 사랑을 회복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청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