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우리 교회는 대림 제3주일을 ‘자선주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성녀 마더 데레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나 빵이 아니라 우리의 관심과 사랑’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자선이라고 하면 약간의 돈을 내는 것 정도로만 생각합니다. 그러나 데레사 수녀님은 그런 돈은 진정한 자선이 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돈보다 더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들의 작은 관심과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데레사 수녀님이 영국의 어느 거리를 지나갈 때의 일입니다. 추운 겨울날 어떤 남자가 길가에 앉아 있었습니다. 데레사 수녀님은 그 사람의 표정을 보고 큰 충격을 받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며 손을 잡아 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이 입을 열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 수녀님, 저에게 이런 따뜻한 손을 내밀어주고, 정다운 말을 건넨 사람은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습니다.”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 남자에게 동전 몇 푼은 던져줬지만, 그 누구도 따뜻한 눈길이나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고 손 한 번 잡아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랑은 나 자신을 내어주는 것입니다. 예수님도 당신 자신을 직접 우리에게 내어주셨습니다. 당신의 목숨마저도 아낌없이 우리를 위해 내놓으셨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날마다 미사 안에서 당신의 살과 피를 우리에게 주시고 계십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이 내어주심으로 살게 되었습니다. 그분의 자선으로 구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이야말로 우리에게 진정한 자선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신 분이십니다.

 누군가에게 나를 내어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큰 희생과 고통을 반드시 동반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을 남에게 내어주려 하지 않습니다. 마음의 문을 닫아걸고,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갑니다. 내 주위의 누군가가 어렵고 힘들고 울고 있어도 우리는 그 사람에게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이기심과 무관심이 어느새 온 세상 사람들에게 퍼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갈수록 삭막하고 각박해지며 서로의 벽 앞에서 우리는 홀로 외로움에 빠지고 맙니다.

 사실 정말 자선이 필요한 사람은 바로 우리 자신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도 누군가의 사랑과 따뜻한 관심과 눈길을 간절히 필요로 하며, 나의 얘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나의 마음을 활짝 열고 나눌 수 있는 누군가를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저마다 삶의 무게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 힘겨움을 달래줄 안식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사랑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도 누군가의 진실한 자선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입니다.

 내가 누군가의 자선을 필요로 한다면, 나부터 누군가에게 그런 자선을 베풀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마태 7,12) 누군가가 나의 얘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기를 바란다면, 내가 먼저 다른 사람의 얘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누군가가 나를 조건 없이 사랑해주기를 바란다면, 내가 먼저 다른 사람을 조건 없이 사랑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집니다. 추운 날씨는 따뜻한 옷을 입으면 견딜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마음이 추워진다면 그것은 따뜻한 옷으로 견딜 수 없습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추운 날씨를 견딜 수 있는 따뜻한 옷이 아니라, 추운 마음을 녹일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나부터 누군가에게 따뜻한 마음을 주어야 합니다. 나부터 누군가에게 안식처가 되어주어야 합니다. 그럴 때 나도 다른 누군가로부터 따뜻한 마음을 받을 것이며, 나를 조건 없이 받아주는 안식처를 찾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