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이 가브리엘 천사의 동정 잉태 예고를 받아들이신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그러나 요셉 성인이 성모님의 잉태를 성령께서 하신 일이라고 믿고 받아들이신 것은 더 대단한 일입니다. 성모님은 천사의 말만 믿고 받아들이면 되었지만, 요셉 성인은 천사의 말도 믿어야 했고, 성모님도 믿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나와 잠자리를 같이 하지도 않았는데 생긴 아기가 성령으로 잉태된 아기라고 믿을 남편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 믿음은 하느님께 대한 믿음도 있어야겠지만, 무엇보다도 아내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하느님을 믿는 것은 사람을 믿는 것보다 쉽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결코 변하지 않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람을 믿는 것은 어렵습니다. 사람은 변하기 때문입니다. 나의 믿음을 저버리고, 기대를 깨뜨리고, 나에게 상처를 주고, 무엇보다도 그 마음속을 도무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도, 부모와 자녀 사이라도, 부부 사이라도 서로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다 알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결코 드러내지 않고, 드러낼 수 없는 자기만의 마음속 공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도 알 수 없는 나만의 아픔과 상처와 어두움이 우리 안에 있습니다.

 그런 우리들의 마음에 아기 예수님께서 오시려 하십니다. 그분은 빛이시기에 우리 안의 어두움을 비추실 것이며, 우리를 훤히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분 앞에서 우리가 숨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그분은 우리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해 주실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분의 탄생을 기다립니다. 예수님이 다시 내 마음에 오셔서 나를 새롭게 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 우리에게도 요셉의 믿음이 필요합니다. 예수님께서 오셔서 나를 변화시켜 주시고, 치유해 주시고, 새롭게 해주시리라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그런 믿음이 없다면 예수님의 탄생은 나와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탄생과 아무 상관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신자들조차도 그러합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시는 이유와 목적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해마다 새롭게 태어나시는 이유는 오직 하나뿐입니다. 바로 나의 구원을 위해서입니다. 나를 죄와 죽음에서 구해내시기 위해서입니다. 나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해 주시고, 나의 고통에 함께 하시며, 나의 어둠을 밝은 빛으로 비추어 주시기 위해서입니다.

  예수님이 바로 나 때문에 또 한 번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신다는 것은 우리에게 정말 기쁜 소식입니다. 더 이상 성탄이 오지 않는다면, 더 이상 나의 구원도 없을 것입니다. 그분이 이 땅에 새롭게 태어나시기에 우리도 그분의 오심으로 다시 구원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사실을 진정 마음으로 깨닫는다면, 성탄을 기다리는 우리의 마음은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